인터넷은행에 자체 중금리대출 비중 '20%'까지 확대 요구
카카오·케이뱅크 자체 상품 비중 현재 1.3%·10% 불과
금융위 상대, 인터넷뱅크 인가 취지 무색해져 정책 책임 부각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금융당국이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중금리대출 비중을 전면 확대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 파일러'에 대출 문턱을 낮춘다는 출범 취지에 맞지 않는 영업 행태가 5년여간 이어지는 것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CI=케이뱅크, 카카오뱅크]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카오뱅크·케이뱅크에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 비중을 연내 20%까지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금융당국은 두 은행이 지시를 잘 이행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대출 규모와 증가율 등을 매월 구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사안에 정통한 당국 관계자는 "사잇돌 대출 등 정책상품을 제외한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의 비중을 연내 20%로 확대 요구했다"며 "출범 취지에 맞는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초강수를 꺼내 든 것은 두 은행의 중금리대출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판단에서다.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은행 허가를 내줬는데 5년여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정책 실패'의 화살이 금융당국을 향하고 있는 점에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두 은행의 중금리대출 외면 논란은 매년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소재'가 된지 오래다. 여야할 것이 정치권은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육성 정책이 실패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자체 중금리대출 실적은 전무한 수준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취급액은 1737억원으로 전체 신용대출(13조1256억원)의 1.32%에 불과하다.
케이뱅크의 경우 사정은 그나마 낫지만 역시 금융당국 기준(20%)에 부합하지 못한다. 1년여 만에 영업을 개시한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1557억원 신규 취급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신용대출(1조5573억원)의 10%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자체 중금리대출 비중이 현저히 낮은 것은 그간 정책상품(사잇돌대출)을 주로 취급한 결과다. 출범과 동시에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취급해온 케이뱅크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자체 상품 출시까지 2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실제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공급한 중금리대출 공급 금액은 1조220억원인데 이중 사잇돌대출이 9100억원으로 비중이 절대적이다.
인터넷은행의 이 같은 영업 행태에 대해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지난달 3일 올해 금융산업정책 추진 방향 발표에서 "인터넷은행이 법과 도입 취지에 부합하게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혁신적으로 확대 공급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우려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초강수에 두 은행은 모두 올해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 하반기 중·저신용자 전용 상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해 중금리대출 비중 확대에 공을 들일 것"이라며 "전용 상품을 통한 공급 규모는 기존 중금리대출 상품 공급액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중금리 상품 라인업을 확대한다. 올 하반기를 목표로 사잇돌대출과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신규 출시할 예정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취급 비중이 낮아진 것은 그간 대출 영업을 못해왔던 영향이 크다"며 "현재 대출 비중을 재정비하고 있는 상황으로 장기적으로 중금리대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급격한 중금리대출 취급 확대는 연체·부실 등 건전성 이슈를 불러올 우려도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으면서 이자율을 낮게 가져가는 중금리 대출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며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한편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제3인터넷은행 토스뱅크 역시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확대 요구에 적극 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 고객·소상공인을 겨냥한 챌린지뱅크를 표방하고 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