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모나쉬대·LBNL 공동연구 성과
[대전=뉴스핌] 김태진 기자 = 반도체 소자의 성능 개선, 바이러스 구조 분석을 통한 치료제 개발 등을 위해선 나노미터(nm, 1nm=10억 분의 1m) 크기 원자 하나하나의 구조를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국내·외 연구진이 이 '눈'의 성능을 대폭 개선할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입자 연구단 박정원 연구위원(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호주 모나쉬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의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 '3D싱글(3D SINGLE)'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3D 싱글 알고리즘을 활용해 얻은 백금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사진=IBS] 2021.02.01 memory4444444@newspim.com |
소재의 물성은 재료를 구성하는 미세한 원자 위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촉매 활성이 바뀌고 디스플레이의 색 순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고성능 소재 개발을 위해서는 재료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미증유의 바이러스가 등장한 상황에서는 분석기술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바이러스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해야 진단기술 및 치료제 개발 시 타깃할 부위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 등 분석기술의 발전으로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됐지만 기존 기술은 동결된 시료에서 얻은 이미지만을 처리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허준영 연구원(1저자)은 "단체 사진을 촬영해도 저마다 표정이 다르듯 같은 나노입자라도 원자 배열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여러 입자를 합성해 하나의 입자로 재구성하는 것보다 하나의 원자를 추적 관찰하는 것이 나노입자의 '표정'까지 정확히 파악해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3D 싱글 알고리즘을 액상 투과전자현미경에 접목해 관찰 성능을 대폭 높였다.
연구진은 지난해 액상 투과전자현미경(liquid cell TEM)을 이용해 나노입자의 전체적 형상을 넘어 원자 배열까지도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알고리즘의 핵심 기술 및 이를 활용한 나노재료 3차원 구조 분석 순서도[사진=IBS] 2021.02.01 memory4444444@newspim.com |
나노입자는 그래핀 기반 특수 용기(액체 셀)에 담겨 분석에 활용된다. 이 때문에 관찰하려는 나노입자 외에도 용기로 사용되는 그래핀과 액체까지도 함께 포착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그래핀과 액체에서 비롯한 노이즈를 스스로 제거하고 관찰하려는 원자만 최대 1.5배 더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용액 내에서 자유롭게 회전하는 나노입자를 추적하는 효율을 높였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10배가량 빠른 속도로 3차원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지난 연구에서 관찰이 어려웠던 크기 2nm 미만의 극미세 입자까지도 추적할 수 있었다.
박정원 연구위원[사진=IBS] 2021.02.01 memory4444444@newspim.com |
박정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처럼 기존과 다른 미세한 구조변화까지도 포착, 분석해 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향후 촉매·디스플레이‧신약 개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소자의 성능 개선 및 신물질의 설계‧합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및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1월 30일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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