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거장'이자 살롱에 갇혀있던 고급 패션을 처음 대중화한 선구자였던 피에르 가르뎅이 29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98세.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그의 가족과 프랑스 예술 아케데미 등이 그의 별세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가르뎅은 파리 인근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가르뎅은 뛰어난 패션 디자이너인 동시에 고급 디자이너로 최초로 일반 백화점에 진출한 것은 물론 의류에서 잡화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이름을 붙인 '피에르 가르댕'이란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패션 산업 대중화를 선도했다.
그는 1922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했다. 배우를 꿈꾸기도 했던 가르뎅은 1945년 파리로 옮겨와 영화에 쓰일 가면과 소품 등을 만드는 일을 처음 시작했다. 그는 1년 뒤 당시에 무명이던 크리스쳔 디올의 작업실에 재단사로 합류했다.
가르뎅은 이후 프랑스 고급 패션디자이너로 발돋움했고, 1950년대 말 파리의 쁘렝땅 백화점에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입점, 패션계에 충격을 던졌다.
당시까지 고급 디자이너 작품들은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없는 살롱에서만 전시되고, 판매됐지만 가르뎅은 이런 금기를 깨고 패션 산업화와 대중화를 향해 첫발 내디딘 셈이다.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는 피에르 가르뎅.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가르뎅은 고급 의류 제품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붙인 '피에르 가르댕' 브랜드를 라이센스로 판매하며 패션제국을 건설했다. 이후 '피에르 가르댕'이란 브랜드는 향수, 액세서리는 물론 면도날, 생활잡화에 까지 영역을 넓혀갔다.
가르뎅은 2007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당히 "나는 내 이름을 마케팅화하는데 감각이 있다. 돈이 사람의 아이디어를 망치는가? 아니다. 나는 돈만을 쫓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꿈을 추구하면 돈도 벌 수 있다"고 당당히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가르뎅은 지난 2017년 90세에 컴백 작품 발표회를 갖는 등 노년에도 왕성한 활동과 창작욕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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