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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예외 조건 확실해진다...자율주행차·원격의료 활성화 기대

기사입력 : 2020년12월27일 12:00

최종수정 : 2020년12월27일 12:00

요건만 충족되면 자율주행차 등 신규 융합서비스 제공 가능
ISP, '특수서비스' 핑계로 일반 사용자 인터넷 품질저하해선 안 돼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정부가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등 망 중립성 원칙의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는 요건을 명확히 한다. 이로써 통신망과 연계된 신사업을 선보이려는 사업자가 일반 통신서비스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원할 경우 망 중립 원칙의 위반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세대(5G) 이동통신서비스 등 네트워크 기술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1년 6개월간의 연구반 활동 끝에 각계 의견을 수렴,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망 중립성은 통신사업자(ISP)가 합법적인 인터넷 트래픽을 그 내용·유형·제공사업자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망 중립성 원칙의 주요내용을 규정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5G 등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통신사업자가 자율주행차와 같이 일정 품질이 요구되는 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해졌으나, 융합서비스 확산과정에서 일반 이용자가 사용하는 인터넷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와 나왔다. 아울러 현행 법령 상 신규 융합서비스 제공 요건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이 같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6월부터 망 중립성 연구반을 구성·운영했고,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정책자문질의를 시행하는 등 폭 넓은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연구반에는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와 같은 인터넷제공사업자(ISP·Internet Service Provider)는 물론, 카카오, 왓챠,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같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Contents Provider)가 참여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했다.

◆자율주행차·원격의료 등 망 중립 예외 적용은 '특수서비스'에만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이 2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스터디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2020.12.24 nanana@newspim.com

먼저 정부는 현행 망 중립 예외서비스 제공요건을 확실히 하고자 이제까지 쓰던 '관리형 서비스'라는 단어를 구체화하고 그 요건도 정했다. 이번에 도입된 '특수서비스(specialized service)'는 유럽연합(EU), 미국에서 사용 중인 개념이기도 하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특수서비스는 특정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일정 품질수준(속도, 지연수준 등)을 보장해 특정용도로 제공하되, 인터넷접속서비스와 물리적·논리적으로 구분된 별도의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여야 한다.

특수서비스 제공조건도 구체화했다. 특수서비스가 제공될 경우에도 일반 이용자가 이용하는 인터넷의 품질은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ISP의 특수서비스의 남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접속서비스의 품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을 때 이 적정 수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논의 끝에 특정 시점에 품질 수준을 확정한다면 기술발달로 점점 품질 수준이 높아지는 가운데 오히려 이용자에게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고 봤다"며 "ISP가 지속적으로 망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ISP와 CP 등 이용자 간 정보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해 투명성도 강화했다. 통신사는 자사 인터넷접속서비스, 특수서비스 운영현황과 품질영향 등에 대한 정보요청, 모니터링 등을 통해 이용자 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담긴 ISP와 이용자간 정보비대칭 완화 방안 [자료=과기정통부] 2020.12.24 nanana@newspim.com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실효성은 얼마나?

가이드라인의 실효성 문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ISP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아도 큰 부담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김남철 과장은 "법제화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ISP가 가이드라인에서 명시한 내용을 고의로 따르지 않았을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등 다른 법의 제재를 받게 된다"며 "연구반에서 ISP가 스스로 수용가능한 수준을 정한 자율 규제 성격을 가이드라인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에서 망 중립성 원칙을 폐지했지만 조 바이든 당선인이 선거공약에 '오픈 인터넷 복원'을 명시함에 따라 다시 망 중립성 원칙이 보강될 것이라고 봤다. 김남철 과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내용을 섣불리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망 중립성 원칙이 지난 오바마 정부 시절 수준으로는 회귀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 때문에 미국의 변화가 이번 가이드라인 시행에 미칠 영향도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의 이번 가이드라인은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는 설명이다. 망 중립성 원칙을 엄격히 유지하면서도 일정 요건 아래서 특수서비스 제공을 허용하는 것이 EU의 기조다.

과기정통부는 개정 가이드라인을 2021년 1월부터 시행하고, 현장에서 원활히 적용될 수 있도록 해설서를 마련하는 한편, 시장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김남철 과장은 "망 중립 원칙을 유지하면서 사업자들에 혼선을 줬던 부분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이 우리 정부의 망 중립 원칙 기조를 흔드는 게 아님을 인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nanan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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