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문건 수사·감찰부 압수수색 인권침해 의혹 두고 '공방'
대검 인권정책관실, 8일 "감찰부 공정성 의심…尹 사건 모두 고검에"
법무부 "사실상 검찰총장 지시 '유감'…향후 필요한 조치" 반발
대검 "공정성 확보 차원에 '특임검사' 요청에 소극적…배당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보람 장현석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징계사유로 지목된 특정 재판부 정보수집 문건과 관련해 대검찰청과 법무부가 양측 주장에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며 다시 정면 충돌했다.
8일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대검 감찰부에서 수사 중인 윤 총장 관련 사건 및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감찰부의 절차위반 의혹 등을 모두 서울고검에 배당하면서 양측이 공정성 시비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가 사흘앞으로 다가온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0.12.07 pangbin@newspim.com |
◆대검 "감찰부 수사 공정성 의심" vs 법무부 "판사사찰 수사 개입 유감"
대검찰청은 이날 "인권정책관실 조사는 대검 감찰부의 수사절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진정서가 접수돼 관련 지침에 따라 조사한 것일 뿐 감찰부 수사에 개입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감찰부의 수사 착수 등 과정에서 적법절차 위반 등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발견돼 관련 사건의 재배당은 불가피했다"며 "법무부가 수사를 의뢰한 사건도 상당 기간이 지나 더 이상 배당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검의 이같은 입장은 조남관 차장이 이날 대검 감찰부가 수사 중이던 윤 총장의 판사 정보수집 문건 관련 사건과 인권정책관실에서 조사한 감찰부의 수사절차 위반 의혹 등 사건을 모두 서울고검에 재배당한 데 법무부가 반발한 뒤 추가로 나왔다.
법무부는 재배당 사실이 알려진 이후 "감찰만으로는 실체 규명이 어렵다고 판단해 절차대로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적법절차 조사 등을 이유로 인권정책관실을 통해 감찰부의 판사사찰 수사에 개입하고 결국 검찰총장 직무복귀 이후 감찰부 수사가 중단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재배당으로 인해 오히려 공정한 수사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사건 재배당 지시는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 사건 관여 안 해" vs. "윤 총장 지시나 다름없다"
대검은 '윤 총장이 사실상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는 취지의 법무부 주장에도 반박했다. 대검은 "검찰총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감찰 개시부터 아무런 보고를 받은 바 없고 직무복귀 직후 회피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어떠한 보고도 받은 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건 재배당 사실을 알리면서도 "이같은 지시는 대검 인권정책관실로부터 감찰부 수사 착수 등 과정에 대한 조사과정을 보고받고 조남관 대검 차장이 결정했다"며 "윤 총장은 사건 당사자로서 이 사건과 관련한 모든 보고와 지휘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도 법무부는 "판사 불법사찰 의혹 사건을 서울고검에 배당하도록 지시한 것은 지시 시기, 지시에 이른 경위, 대검 차장 지시는 총장 지시나 다름없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사건 재배당, 감찰부장 동의 필요 없다" vs "담당부서 동의 없이 일방적 결정'
대검은 "대검 감찰3과가 수사 중인 사건을 서울고검에 배당한 것은 검찰청법 제7조 제2에 따른 직무이전, 승계 지시로서 감찰부장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검 수사보담당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관여했을 뿐 아니라 현재 통화내역 제공과 관련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되는 등 수사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대검이 언급한 검찰정법 제7조 2의 1항은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2항은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사건을 고검에 배당하도록 지시한 것은) 대검 감찰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중앙지검 관할 수사 사건임에도 감찰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고검에 배당한 점, 더구나 고검은 채널A 사건 관련 정진웅 차장검사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의혹을 받는 점 등을 볼 때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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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임검사 임명토록 해달라" vs "향후 필요한 조치 강구할 것"
대검은 법무부가 사건 재배당을 두고 불만을 쏟아낸 데 이어 사건 배당에 또 다시 관여할 가능성을 내비치자 당초 특임검사를 임명하자는 의견을 냈던 사실도 공개했다.
대검은 "이 사건은 검찰총장에게 제기된 비위 의혹과 관련된 사건으로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특임검사를 통해 이 사건을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사를 법무부에 전달했으나 법무부가 이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불가피하게 서울고검으로 사건을 배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이 사건 중대성 및 공정한 처리 필요성을 고려해 대검의 특임검사 임명 요청을 승인해 주시면 이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사건 재배당 사실 공개 직후 "이번 대검의 조치 관련 상세한 경위를 보고받은 후 이 사건 중요성,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며 추가적인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인권정책관실은 대검 감찰부의 재판부 정보 분석 문건 관련 압수수색 관련 '수사절차에 관한 이의 및 인권침해 주장'을 담은 진정서를 지난 2일 배당받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고 그 결과 한동수 감찰부장이 논란이 된 문건을 직접 법무부에 건네는 등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대검 감찰부는 앞서 추미애 장관 지시로 윤 총장의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 작성지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결재권자인 조 차장을 건너뛰고 압수수색을 하는 등 절차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감찰부가 추 장관의 직무정지 발표를 미리 알고 압수수색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사전교감' 의혹도 제기됐다.
이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이 사건을 감찰하며 직접 압수수색에 나섰던 허정수 감찰3과장과 오미경 연구관은 이같은 문건 입수 경위를 알지 못했다며 수사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와 수차례 통화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법무부가 직접 이 사건을 수사 지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감찰부는 그러나 이같은 의혹 전부를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