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파생상품 정보저장소 2009년 G20 회원국 의무화 합의
국내서는 "개인 거래마다 동의서 징구 현실적 불가능" 목소리
[서울=뉴스핌] 박미리 김준희 기자 = 내년 4월 한국거래소의 장외파생상품 거래정보저장소(TR) 도입을 앞두고 금융사들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아직 세부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준비에 혼선이 큰 데다,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요구도 많아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내년 4월 TR을 도입할 예정이다. TR은 거래 기본 계약정보, 기초자산, 평가가치 등 장외파생상품과 관련된 모든 거래내역을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2009년 G20 회원국들이 의무화하기로 합의하면서 우리나라도 도입을 준비해왔다.
TR이 도입되면 장외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금융회사에 거래정보를 무조건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이 의무는 일대일 계약으로 체결되는 장외파생상품 특성에 따라 양 금융회사에 모두 주어지는데, 이때 이들이 보고하는 정보가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에 연결고리로 제시되는 것은 고유거래 식별정보(UTI)다.(장기적으로 국제 표준안에 따른 UTI 도입)
하지만 TR 시행 6개월을 앞둔 지금 금융권 내 혼란이 적잖은 모습이다. 가장 우려가 큰 부분이 UTI다. A금융회사 관계자는 "거래상대방과 공유하고 맞춰서 UTI를 보고해야 하는데 UTI 발급주체, 공유방법에 대한 각 금융기관들의 생각이 다 달라 조율이 어렵다"며 "한국거래소는 각 기관들이 알아서 조율하라고 하는데, 공통된 기준을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당초 취지대로면 TR에서는 국제 표준안에 따른 UTI만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해외 금융회사들의 요구를 감안, 한국거래소는 국제 표준안에 따른 UTI 외에 TR을 일찌감치 도입한 미국, 유럽의 UTI(미국 USI·유럽 Trade ID)도 허용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TR 보고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자신이 발급한 UTI가 사용되는게 편리) 금융회사 간 의견 대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로직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따르면 상품, 거래별로 형식이 달라져 사후관리가 불편해진다는 전언이다.
거래마다 동의서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고충도 나온다. B금융회사 관계자는 "TR 도입 후 거래 상대방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개인 거래 건마다 동의를 받고 기존 거래들에 대해서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동의서 생략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법 개정이 신속히 이뤄지거나 TR 시행이 법 개정 이후로 보류돼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C금융회사 관계자도 "동의서를 받는 시스템을 구현할 수는 있지만 실효성이 큰 방안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TR이 도입 후 원활히 운영될 수 있을지 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D금융회사 관계자는 "거래정보 제공이 시장건전성 및 투명성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다"면서도 "UTI 매칭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아 실제 보고 개시가 됐을 때 원활히 보고가 이루어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에 따르면 TR이 일찌감치 도입된 유럽의 경우도, 작년 8월 기준 거래정보 연결율이 59%, 일치율이 29%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측은 이미 "업계의 실무적인 어려움을 덜기 위해 제도, 시스템에서 여러 방안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ISDA에서 금융당국에 보고의무 시행, UTI 연결의무 등을 유예해달라는 요구가 골자인 공문을 보낸 후, 이들의 사정을 감안해 TR 도입 시기를 올 10월에서 내년 4월로 연기해준 바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 당사자 간 UTI를 사전에 공유하고 UTI를 추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해외 TR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동의서 징구의 경우도, 장외상품파생거래는 기관 비중이 높고 이 경우 1년에 한 번만 동의서를 받는 제도(포괄적 동의서 제도)가 있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설명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