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달러화가 월간 기준 4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2년 5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월가가 매도를 권고해 주목된다.
10년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7월에 비해 달러화의 낙폭이 일정 부분 축소됐지만 중장기적인 하락 추세가 이제 시작이라는 주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의 약세 흐름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비관론자는 유로 대비 달러 가치가 앞으로 1년 사이 36% 폭락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1일(현지시각)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기차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장중 0.4% 하락하며 91.80을 나타냈다.
이는 2018년 4월22일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3월 제로금리 정책을 부활시킨 데 이어 최근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언급, 제로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른 반응이다.
달러화는 8월까지 월간 기준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달 달러화 낙폭은 1.24%로 7월 수치인 4%에서 크게 축소됐다.
하지만 8월 기준 달러화는 5년래 최악의 성적을 거뒀고, 최근 4개월간 이어진 달러화 하락은 2017년 여름 이후 최장기 기록에 해당한다.
달러화가 3월 고점 대비 11% 급락했지만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와 큰손들은 일제히 추가 하락에 무게를 두고 있다.
AG 비셋의 울프 린달 외환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달러화의 추세적인 하락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 1년 사이 유로화에 대해 달러화가 36% 폭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망이 적중할 경우 1.19달러 선에서 거래되는 유로/달러 환율은 1.6달러 선으로 치솟으며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이 밖에 월가의 IB 업계와 트레이더들이 일제히 약달러를 강하게 예고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유로/달러 환율이 2023년까지 1.30달러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주요국 경제가 반등하는 한편 미국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면서 달러화에 하락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TD 증권 역시 연준의 인플레이션 정책 변경이 달러화에 커다란 악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제로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달러화가 유로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에 대해 10%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앞서 UBS와 소시에테 제네랄 등 그 밖에 IB 역시 달러화에 대한 비관론을 제시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트레이더와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 세력도 마찬가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달러화 하락 베팅이 10년래 최고치로 늘어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서베이에서는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 달러화 숏이 올해 하반기 가장 인기 있는 트레이드 전략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린달 전략가는 "최근 몇 주 사이 달러화 하락 속도가 주춤해졌고, 이는 발을 뺴기에 좋은 기회"라며 "달러화 매도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손버그 인베스트 매니지먼트는 달러화에 대한 각국 통화의 상승을 겨냥해 포트폴리오의 주요 통화에 대해 전혀 헤지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토로소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게이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달러화 크래시를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상당수"라며 "달러화의 기축 통화 지위 상실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고 말했다.
BNP 파리바의 다니엘 카지브 외환 전략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달러화 하락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며 "연준의 평균물가목표제 움직임이 치명타"라고 주장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