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된 제품은 아마존 자체 제품이 아니라 개별 외부판매자의 제품이라 해도 결함 발생 시 아마존에도 책임이 있다는 미국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과거 수년 동안 아마존은 단순한 판매 플랫폼만을 제공하므로 외부판매자의 제조물 결함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변론으로 배상 책임을 피해 왔는데, 이번 판결로 큰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향후 비슷한 소송에서도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택배 상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제4지방 항소법원은 13일(현지시간) 아마존에서 구입한 제품 결함에 의한 화재 사고로 피해를 입었다며 한 소비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아마존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인 안젤라 볼거 씨는 아마존에서 구입한 리노지 테크놀로지 HK의 랩톱컴퓨터 교체 배터리로 인해 화재가 발생해 3도 화상을 입었다.
법원은 "아마존은 결함이 있는 배터리의 저장과 결제, 운송 등 유통망을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외부판매자와의 계약 관계를 설정하고 각 판매마다 상당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존의 역할이 '소매업자', '유통업자', '판매촉진자' 중 무엇이든 간에 아마존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며 "배상 책임의 원칙에 따라 아마존은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된 제품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아마존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외부판매자는 수백만에 이르며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매출의 60%를 외부판매자들의 제품 판매를 통해 거둔다.
아마존 이 덕분에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을 연신 기록하고 있지만, 위조품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고 심지어 안전성과 유통기한이 문제가 되는 제품들도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 제품의 안전성과 적법성을 위해 매년 수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외부판매자 제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이 구매자와 판매자 간 통로일 뿐이며 제품 소싱이나 유통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일관해 왔다.
지금까지 관련 소송이 있을 때마다 법원은 아마존의 이 같은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아마존에서 판매된 호버보드가 폭발해 소비자의 주택이 파괴된 사건에 대해서도 2018년 법원은 아마존의 편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현재 여러 개 주 및 연방 법원에서 진행 중인 손해배상 책임 소송에서 아마존이 불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