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L&B 작년 매출액 사상 최초 1000억 돌파 '고공행진'
제주소주 3년 째 적자 지속...'골든블루'에 매각설도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애주가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부회장이 각별한 애착을 보이는 주류 사업도 소비 문화 변화를 이기긴 어려워 보인다.
이른바 '정용진 소주'로 불리는 제주소주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입은 신세계L&B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신세계L&B·제주소주 실적 추이. 2020.07.16 hj0308@newspim.com |
◆이마트 680억 수혈에도 반등은 '글쎄'...매각설 솔솔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소주는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며 업계에선 매각설도 끊이질 않고 있다.
2016년 이마트가 지분 100%를 인수한 제주소주는 인수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정용 주류시장 공략을 목표로 했지만 소주의 경우 업소용 점유율이 전체 6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확대에 한계를 보였다. 지난해 제주소주의 국내 소주 시장점유율은 0.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소주를 인수한 당시 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48억원까지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액은 19억에서 141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재무 상황도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105억원으로 전년 동기(52억원)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이 기간 부채비율 역시 38.7%에서 90.7%로 높아졌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최근엔 매각설도 불거졌다. 매수자로 거론되는 곳은 국내 위스키업체인 '골든블루'로 매각금액은 25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양측 모두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 달 초부터 제주소주 매각설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구체척인 매각조건, 매수자도 나오고 있지만 양측 모두 부인하고 있어 사실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마트 용산점 와인매장에서 모델들이 4900원 초저가 화이트 와인 '도스코파스 샤도네이'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마트] photo@newspim.com |
◆홈술·코로나19·온라인 판매에 '와인' 호재...내부거래 비중은 한계 지적
반면 와인수입・유통업체인 신세계L&B는 와인 소비가 늘면서 순항 중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홈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주류문화)족이 늘어난 데다 주세법 개정으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해진 것도 호조세를 더하고 있다.
신세계L&B의 지난해 매출액은 1072억원으로 창사 이후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 증가했다.
신세계L&B의 급성장에는 주류 소비문화 변화에 따른 와인 대중화와 이마트 등 내부 계열사의 탄탄한 유통망이 구축되어 있다는 데 있다.
다만 내부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신세계L&B 매출액 비중은 주류 수입・유통이 85%, 오프라인 매장 '와인앤모어' 사업이 15%를 차지하며 주류납품이 절대적으로 높다.
이 중 주류 납품부문에선 이마트, 이마트24, 신세계백화점 등 내부 거래로만 지난해 729억원, 전체 매출의 68%를 올렸다. 내부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외부 거래처를 확대하고 있지만 외부 매출 규모는 전체 비중에서 32%로 전년 보다 오히려 0.9% 줄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신세계L&B가 작년 CU, 세븐일레븐 등도 신규 입점하며 외부 판매망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 매출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편의점과 온라인 등으로 와인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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