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북미 중재자' 맹비난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해"
"중재자 노력 결과 비웃음만 사게 될지 두고 보면 알 것"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가 방한하는 7일 미국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설을 재차 부인하며 문재인 정부의 북미 간 중재자 역할 노력을 폄하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7일 담화를 통해 "제 좋은 소리를 하는데 만 습관 되여서인지 지금도 남쪽 동네에서는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자기들의 노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헷뜬(정신나간) 소리들이 계속 울려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권 국장은 이어 "점점 더 복잡하게만 엉켜 돌아가는 조미관계를 바로잡는다고 마치 그 무슨 해결사나 되는 듯이 자처해 나서서 제 코도 못 씻고 남의 코부터 씻어줄 걱정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뉴스핌 DB] |
또한 "이처럼 자꾸만 불쑥불쑥 때를 모르고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뿐"이라며 "이제는 삐치개질(참견) 좀 그만할 때도 된 것 같은데 그 버릇 떼기에는 약과 처방이 없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권 국장은 "참으로 보기에도 딱하지만 중재자로 되려는 미련이 그렇게도 강렬하고 끝까지 노력해보는 것이 정 소원이라면 해보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노력의 결과를 보게 되겠는지 아니면 본전도 못 찾고 비웃음만 사게 되겠는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사람들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과 가진 화상 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후 청와대는 지난 1일 문 대통령의 일련의 생각은 백악관에 전달됐고 미국 측도 공감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에서 "북미대화를 정치적 위기 해결 도구로만 여기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섣부르게 중재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하며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권 국장의 이날 담화는 최 제1부상의 일련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계속 언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재차 선을 긋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날은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가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날이기도 하다.
비건 부장관이 북미관계 진전에 대한 서울과 평양의 구상을 점검해보고, 워싱턴 당국의 의중도 전달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권 국장의 담화 발표 시점을 눈여겨 볼 만하다는 관측이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