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을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로 끌어올린 셰일유 붐이 코로나19(COVID-19)로 직격탄을 맞은 후 거품이 깨지면서 앞으로 몇 년 간은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원유 및 천연가스 업계 리더들과 전문가들 사이에 셰일유 기업들 수가 줄고 생존하는 업체들도 더욱 영세해져 당분간 기업 성장을 꾀하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 중심지인 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원유 펌프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올해 초만 해도 미국은 하루 산유량이 1300만배럴을 넘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산유국 지위를 누렸다. 셰일유 르네상스에 힘입어 미국은 지난 10년 간 산유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 및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요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세계 원유 수요가 급감하기 전부터도 상당수 셰일유 업체들이 적자를 면치 못해 월가 투자자들도 이미 등을 돌리고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코로나19와 사우디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으로 폭락했던 국제유가가 배럴당 33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했지만, 미국 산유량은 여전히 줄고 있다. 셰일유 업체들이 기존 유정의 산유량 감소를 상쇄할 만큼 새로운 유정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셰일 유정은 시추 초기에는 원유와 가스를 대량 생산하지만 금세 생산량이 줄어든다. 새로운 유정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상당수 업체들의 생산량은 1년 만에 30~50% 감소한다고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맥켄지가 추정했다.
하지만 셰일유 업체들은 올해 신규 시추 투자를 대폭 삭감했다. WSJ 분석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상위 15개 시추업체들이 올해 시추 예산을 평균 48% 축소했다. 또한 46개 미국 시추업체들의 올해 자본 투자 규모는 총합 380억달러로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 3월 중반 이후 시추 장치들 가운데 3분의 2 가까이가 놀고 있어, 셰일유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셰일유 시추 활동을 가늠하는 척도인 시추공(rig) 수가 2009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모든 것은 셰일유 업체들이 기존 유정에서의 시추 활동을 예상보다 빨리 재개한다 하더라도 미국 산유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3월 중순 기준 미국 산유량이 이미 일일 1150만배럴로 감소했다고 발표하며, 내년 초에는 일일 1080만배럴로 한층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니얼 예브긴 IHS마르키트 부회장은 미국 산유량이 내년 여름에 일일 900만배럴로 바닥을 친 후 1100만배럴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브긴 부회장을 비롯해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 간 붐을 일으키며 급성장한 셰일유 산업이 회복기에 접어들더라도 예전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예상보다 저조한 수익에 월가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버코어 ISI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셰일유 산업에 투자된 돈은 1조1800억달러에 달하는데 이로부터 회수한 현금은 8190억달러에 그쳤다.
이로 인해 셰일유에 대한 투자자들의 환상이 깨졌다. 지난해 미국 셰일유 업체들이 회사채와 주식 발생 등으로 조달한 자금은 약 230억달러로, 2016년 증자 규모인 57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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