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해야"...야당과 협의
통합당, '법사위 권한 축소' 합의 한 차례 뒤집어
민주당 내에선 "법사위 절대 사수... 개혁법안 처리"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법안 내용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발목을 잡지 않느냐." "이번에는 절대 안 된다."
국회 원구성 협상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법제사법위원회만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맡은 여상규 미래통합당 의원의 악몽이 가시지 않아서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이 본회의로 가기 위한 관문이다. 일명 '체계·자구 심사권'을 이용해 각 법안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법사위가 사실상 '상원'으로 불리게 한 권한이다.
특히 지난해 장관·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 등이 여러 차례 파행되며 '민주당 법사위원장'에 대한 갈망이 크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검찰인사에 관한 현안질의를 할 예정이다. 2020.01.29 kilroy023@newspim.com |
◆ 민주당 "게이트키퍼 삼는 악습 끊어야"... 김태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주장
20대 법사위원장은 제1야당인 통합당 몫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던 17대 국회부터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야당에 넘겨주는 것이 관례가 됐다. 민주당은 관행을 다시 '손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출 이후 "우리가 여당일 때 야당에 양보해 야당이 갖는 것처럼 되어 있다"며 "(법사위를) 게이트키퍼 수단으로 악용하는 악습을 끊을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또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들고 나왔다. 국회법을 개정해 체계·자구 심사 역할은 각 상임위 법률전문가에게 맡기자는 구상이다. 야당이 권한을 악용해 정상적인 법안 심사 대신 발목잡기로 일관해왔다는 주장이 전제됐다.
원칙대로라면 체계자구 심사는 법안 내용의 위헌 여부를 가리고 다른 법과의 저촉 여부, 자제조항 간의 모순 유무 등을 살펴봐야 한다. 이 때문에 기존 법에 익숙한 율사 출신 의원들이 법사위에 배정된다.
문제는 법사위가 법안 내용 자체를 뒤집거나 아예 심사 자체를 안 해서 폐기시키는 경우다. 20대 국회에서만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고도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이 97건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개혁 입법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법사위원장을 꼭 사수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11.19 kilroy023@newspim.com |
◆ "제2의 여상규 안된다"... 與 내부 "법사위는 반드시 사수"
일각에서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전제로 야당 법사위원장을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지지 여론은 높지 않다. 현직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에 대한 불만이 크게 반영됐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난 국회 때 보지 않았느냐"며 "당내 여상규 포비아가 크다. 이번에는 야당에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예결위를 넘겨주면 넘겨줬지 법사위는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 또 개혁 입법 자체가 막히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앞서 조국 전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인사청문계획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가 파행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추궁하기 위한 전체회의가 여야 간사 협의 없이 열리는 등 지난 법사위 운영에 불만이 크다.
여 의원은 위원장 시절 "각 상임위에서 한국당 참여 없이 처리되거나 소위에서 표결 처리된 법아들은 법적 근거가 허용되는 한 관계 상임위로 다시 회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법사위를 한국당 소유물로 생각한다"며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법사위 권한 축소에 합의 후 지키지 않았던 선례도 불신을 키웠다.
여야는 지난 20대 국회 후반기에도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던 중 법사위 권한 축소에 공감대를 이뤘다. 이후 제도 개선을 전제로 한국당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겼지만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법사위 권한 축소는 없다"며 합의를 뒤집은 바 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