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중은행 보유 해외 회사채 약 570조원…'신용 쇼크' 우려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가 일본 내 금융회사들에게 직접 타격을 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행(BOJ)은 21일 발표한 '금융시스템 리포트'를 통해, 일본 내 민간은행들이 갖고 있는 외채의 40% 가량이 투자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BBB(트리플B)'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타락천사'(fallenangel)라고 불리는 투기 등급으로 강등되는 회사채가 늘고 있다"며 "BOJ는 실물경제로부터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리스크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도쿄 지지통신=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가 16일 추가 금융완화 결정 후 가진 기자회견 도중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2020.03.17 goldendog@newspim.com |
금융시스템 리포트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평가·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1년에 두 차례 공표된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리스크에 초점이 맞춰졌다.
리포트에서 BOJ는 "일본 은행들의 안전성은 높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해 경제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면서도 "외출·영업자제가 장기화돼 실물경제가 입을 타격이 금융시스템에 파급해 악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과거 '거품경제 붕괴'나 2008년 '리먼 쇼크' 시기에는 금융발 경제 위기가 확산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기업활동이나 투자 등 실물경제의 악화가 선행되고 있다. BOJ는 "과거(의 위기)와는 성질이 다르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언제 종식될지 전망할 수도 없어 불확실성이 지극히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까지 초저금리 환경에서 금융기관의 수익원 역할을 했던 유가증권 운용이 리스크가 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국채 금리가 떨어지자 해외 유가증권 운용으로 눈을 돌렸다. 보유하고 있는 외채 규모는 50조엔(약 573조2000억원)이 넘는다.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길어질 경우, 당장의 자금조달 문제 뿐만 아니라 신흥국이나 기업의 신용문제로 리스크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회사채도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회사채 시장에선 이미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기업이 잇따르면서 투기등급인 하이일드채권 금리가 상승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투자적격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당한 '타락천사' 회사채를 매입대상에 포함시켜 시장을 안정시켰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외출제한으로 인해 수요가 급감하면서 뉴욕 원유 선물시장에선 지난 20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이상사태가 발생했다. 투자적격 등급에서 가장 낮은 트리플B급의 회사채는 최근 에너지 관련 기업에서 많았기 때문에 회사채 시장이 동요할 우려가 있다. 신흥국에서도 통화약세로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리포트에서는 일본 금융기관의 주된 업무인 대출에 대해서는 초저금리로 인해 변제 능력이 낮은 기업에도 저리로 대출을 한 '저채산 융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세계적인 금융완화가 길어지면서 수익 창출에 나섰던 금융기관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금융 시스템 내의 리스크를 축적해왔던 것이다.
이같은 리스크 축적의 결과, '스트레스 테스트'에선 일본 내 금융기관들이 2020~2022년도에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일본 내 112개 은행과 248개의 신용금고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2008년 리먼쇼크와 비슷한 정도로 해외 경제가 크게 둔화되는 상황을 상정했다.
BOJ는 실제 금융정책운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금융위기로 파급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기업애 대한 자금조달 지원을 최우선으로 할 방침이다. 오는 27~28일에 열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 확대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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