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당기순손실 누적…공유오피스 등 신규사업 '비용증가'
코로나 여파로 전망 '암울'…기업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부동산 개발·운영사인 롯데자산개발이 작년 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주력 사업인 롯데월드타워의 운영 수익이 부진한 데다 공유오피스 등 신규 사업의 투자 비용도 늘어난 탓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재무구조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3일 롯데자산개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회사 자본총계는 (-)103억25만3170원으로 집계됐다. 결손금(-1998억6611만원)과 기타자본구성요소(-144억6501만원)가 전년대비 수백억원씩 감소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회사 재무제표가 올라온 지난 2007년 후 처음이다.
자본잠식이란 주식회사의 누적 적자가 커져 이익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했던 자본금까지 잠식되는 상황을 말한다. 회사가 주주들 투자금액(자본금)을 까먹는다는 뜻이다. 자본잠식에는 부분자본잠식과 완전자본잠식이 있다.
부분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회사가 경영을 잘못하거나, 자산과 부채의 평가 차이로 회계상 적자가 누적돼서 자본항목에 '결손금'이 쌓이면 부분자본잠식이 발생한다. 롯데자산개발은 2008년을 제외한 매년마다 부분자본잠식 상태였다.
여기서 기업 적자폭이 더욱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자본금이 완전히 잠식되면 '자본총계' 항목이 마이너스(-)로 표시된다. 이를 '완전자본잠식'이라고 표현한다. 상장회사의 경우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된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완전자본잠식이거나 자본잠식률이 2년 연속 50% 이상인 기업은 상장 폐지될 수도 있다.
롯데자산개발이 완전자본잠식에 이른 것은 결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결손금이란 기업의 경영활동으로 순자산이 감소할 경우 그 감소분을 누적해 기록한 금액을 말한다. 매년 당기순손실이 쌓일수록 결손금은 누적해서 증가하게 된다.
지난 2007년 -1억4004만원이었던 회사 결손금은 작년 말 -1998억6611만원으로 집계됐다. 12년 만에 결손금 규모가 1427배 확대된 것. 이는 지난 2007~2019년까지 13년간 회사가 거의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결과다. 회사가 당기순이익을 낸 해는 2017년이 유일하다.
손실 규모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회사 당기순손실은 지난 2007년 1억8851만원에서 작년 말 861억9081만원으로 457배 확대됐다. 특히 지난 2018~2019년 손실 규모가 급증했다. 2018년 당기순손실은 469억8696만원으로, 한 해 전(133억3773만원 이익)보다 손실 규모가 603억원 넘게 불어났다.
작년 당기순손실은 861억9081만원으로 집계돼 손실 액수가 392억원 넘게 커졌다. 회사가 지난해 공유오피스, 주거임대서비스를 비롯한 신규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초기 비용이 발생한 탓으로 보인다.
롯데자산개발은 작년 1월에는 서울 강남N타워 7~9층에 공유오피스 '워크플렉스 역삼'을, 11월에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 일대에 '어바니엘' 5호점인 '어바니엘 천호'를 선보였다.
작년 6월에는 공유오피스 '워크플렉스'와 주거임대서비스 '어바니엘'을 잇는 MGM(Members Get Members) 마케팅을 했다. 워크플렉스 역삼 회원이 어바니엘 3개 지점(가산, 염창역, 한강) 중 한 곳에 입주하면 3개월 관리비를 면제해주고 1~2개월 상당의 렌트프리(무상임대, 지점별 조건 상이)를 제공하는 이벤트다.
또한 워크플렉스 역삼 회원이 신규 입주민을 소개해주면 해당 입주민은 2개월간 관리비 면제와 1~2개월 렌트프리(지점별 조건 상이)를 제공받는다. 소개한 회원은 30만원 상당의 롯데상품권을 받게 된다.
작년 8월에는 롯데자산개발이 용인 수지구에 복합쇼핑몰 '롯데몰 수지'도 개장했다. 이처럼 신규점포 개장과 신규사업(어바니엘 등) 출시로 인건비, 광고선전비와 같은 부대비용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백화점, 할인점과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수익성이 떨어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롯데자산개발은 롯데그룹 계열에서 추진하는 복합쇼핑몰, 호텔, 리조트 개발사업의 자산관리(PM) 역할을 맡고 있어 롯데쇼핑과 같은 그룹 주력 계열사와 사업 연계도가 높다. 롯데월드몰, 롯데몰 4개점, 롯데피트인 2개점(동대문점, 산본점)이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하는 점포다.
한국기업평가는 작년 5월 롯데쇼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했다. 롯데쇼핑이 경쟁사 대비 실적저하 속도가 빠르고 온라인투자가 상대적으로 늦어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향후 영업환경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코로나 때문에 호텔·쇼핑몰산업 수요가 부진한 데다 회사가 임대료 납부 유예도 하고 있어서다. 롯데자산개발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롯데월드몰, 롯데몰 등에 입점한 760여개 중소기업 파트너사의 3월, 4월 임대료 납부를 3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롯데자산개발은 비상장사인 만큼 자본잠식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 회사에서도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유상증자, 무상감자 실시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회사 신용등급에는 이미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한국기업평가는 작년 12월 롯데자산개발의 기업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신용등급은 BBB+를 유지했다. BBB는 원리금 지급능력이 양호하지만 경제여건 및 환경악화에 따라 향후 지급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을 내포하는 등급이다. BBB에서 한 단계 더 하락하면 투기등급인 BB로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향후 롯데자산개발의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평가1실 수석연구원은 "소비패턴 변화로 백화점과 할인점의 집객능력이 떨어진 데다 코로나 여파로 유통업계 전반이 침체되고 있다"며 "롯데자산개발이 주력하는 임대 사업부문 실적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신규사업인 기업형 임대주택, 공유오피스 사업에서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사업장 임대, 리모델링, 분양사업 재개에 따른 토지매입과 같은 선투자가 필요한데 내부에서 번 돈으로 이 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워 외부 차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