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경제 경제일반

속보

더보기

[팩트체크] '1조 수혈' 두산중공업 경영난이 탈원전 때문이라고?

기사입력 : 2020년04월01일 06:00

최종수정 : 2020년04월01일 06:00

원전사업 비중 10% 미만…경영악화 영향 미미
쇠퇴하는 석탄발전 시장에 안주하다 기회 놓쳐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국내 중공업의 대표주자 두산중공업이 경영위기에 봉착하자 그 이유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원전업계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쇠퇴하는 석탄발전(터빈)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위기를 자초했다고 '자충수'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 국책은행을 통해 두산중공업에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한 때 국내외 발전설비를 도맡아 수주하며 잘나갔던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수혈'을 받아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 처했다. 두산중공업이 위기에 직면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뉴스핌>이 팩트체크 해봤다.

◆ 수주물량 10조 증발? 원전사업 비중 10%도 안돼

원전업계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가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도 경영악화의 주된 이유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꼽고 있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은 지난달 10일 노조측에 보낸 휴업 요청서에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약 10조원 규모 수주 물량이 증발해 심각한 경영위기가 닥쳤다"고 밝혔다.

이어 "2012년 고점 대비 매출은 50%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7% 수준에 불과한데 최근 5년간 당기순손실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면서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는 악순환으로 부채상환 압박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2020.03.30 iamkym@newspim.com

하지만 두산중공업의 원전사업 비중은 채 10%도 안 된다. 전체 매출의 60%가 해외사업이고 국내사업은 40% 수준이다. 국내사업 40% 중 원전사업은 약 20%에 불과하다. 즉 두산중공업의 원전사업 비중은 고작 8% 안팎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원전사업 매출은 2018년 매출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사업에서 미래의 먹거리가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가 마치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항변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두산퓨얼셀의 경우 재생에너지 정책의 수혜를 받고 있지만 이런 점은 속 빼놓고 있는 점도 정부는 불만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원전사업 비중은 채 10%도 안 된다"면서 "지금의 경영난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인 것으로 포장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모습"라고 지적했다.

◆ 쇠퇴하는 석탄발전에 지나치게 의존…성장하는 LNG발전 놓쳐

발전업계 안팎에서는 두산중공업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석탄발전에만 의존하다가 급성장하는 LNG발전 시장을 놓친 결과로 보고 있다. 눈앞의 먹이감에 안주하다가 날지 못하는 '살찐 오리' 신세와 비슷하다는 것.

탈원전 여파의 악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해외 석탄발전 시장의 침체, 그리고 시대변화를 읽지 못하고 사업포트폴리오를 제 때 전환하지 못한 두산중공업 자신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사실은 에너지전환포럼이 최근 5년간(2014년~2018년) 두산중공업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자료에도 잘 담겨 있다. 두산중공업의 원전관련 수주계약은 2조1000억원 가량의 신고리 5·6호기 주기기 계약을 수주한 2014년을 제외하면 4.3~10.8%에 불과했다. 반면 해외 석탄발전 수주계약은 최대 83.6%에 달했다.

문제는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는 석탄발전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8년 두산중공업의 석탄발전분야 실적(건설 포함)은 무실적이고 지난해도 사정은 비슷한 상황이다. 주력사업에서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업 전체의 경영난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일 현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을 지속한다고 가정할 경우 두산중공업이 연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국내외 석탄발전 시장이 암울한 상황에서 경영난이 가중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두산중공업이 제작한 신한울 원전 1호기용 발전 터빈 <사진=두산중공업>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 석탄화력 신규발주는 감소 추세다. 석탄발전 최종투자결정(Final Investment Decisions)은 2016년 이후 빠르게 줄고 있다. 신규 발주는 2013년 76GW 규모에서 2015년 88GW로 늘었다가 2017년 32GW, 2018년 23GW로 급감했다.

GE나 지멘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석탄발전 사업에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이들은 시대 변화에 맞춰 석탄사업 비중을 줄이고 LNG발전 비중을 점차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석탄발전 터빈보다 한 차원 고급 기술인 LNG발전 터빈 제작기술을 두산중공업은 아직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도 수년 전부터 수천억원 규모의 R&D 투자를 지원해 왔지만 두산중공업의 기술개발 의지가 약하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본질적인 이유는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석탄발전의 침체"라면서 "두산중공업이 석탄발전에만 안주하다가 새로운 시장(LNG발전)으로 진출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결국 두산중공업의 위기극복 여부는 LNG발전이나 재생에너지와 같은 신산업에서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경쟁력을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fedor0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SKT '유심 교체' 북새통...내 차례 올까 [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해킹 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인천의 한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SKT는 사이버침해 피해를 막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곳의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 대상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진행한다. 2025.04.28 yooksa@newspim.com   2025-04-28 12:12
사진
"화웨이, 엔비디아 H100 능가 칩 개발"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중국 화웨이가 미국이 수출 금지한 엔비디아 칩을 대체할 최신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해 제품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 시간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화웨이가 일부 중국 기술기업에 새로 개발한 '어센드(Ascend) 910D'의 시험을 의뢰했다고 전했다. 어센드 910D는 엔비디아의 H100보다 성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르면 5월 말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21일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AI칩 910C를 내달 초 중국 기업에 대량 출하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제공해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훈련 모델용으로 엔비디아 칩에 필적하는 첨단 칩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B200 등 최첨단 엔베디아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H100의 경우 2022년 제품 출하 전에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화웨이 매장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4.28 kongsikpark@newspim.com kongsikpark@newspim.com 2025-04-28 12:2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