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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마스크 10만개 기부하려다가 상처만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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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허가 제품 생산하면서도 불법 제조업체 신세
"도시관리계획 규제 때문…당장 공장 이전해야할 판"

[인천=뉴스핌] 구자익 기자 = "방역마스크 10만개를 기부하려고 했다가 상처만 받은 기분입니다"

㈜다인누리 구정훈(54·사진) 대표이사는 지난 2일 인천시 서구 기업지원과에 'KF94'와 'KF80' 등급의 방역마스크 10만개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결정에는 다인누리 임직원들의 의기가 투합됐다는 게 구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달 17일부터 인천시 서구 북항로 76-45번지의 공장에서 KF94와 KF80 등급의 방역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인천=뉴스핌] 구자익 기자 = 구정훈 다인누리 대표이사가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인천 서구청에 방역마스크 10만개를 기부하려고 했던 과정을 얘기하고 있다. 2020.03.15 jikoo72@newspim.com

현재 직원 18명이 24시간 작업을 통해 하루 평균 2만8800개를 생산하고 있다. 이중 80%는 공적 공급물량으로 납품된다.

구 대표는 나머지 20%의 일부를 모아뒀다가 방역마스크가 반드시 필요한 서구지역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기부하기로 했다.

구 대표가 기부하기로 한 방역마스크가 10만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인누리의 직원들 18명이 24시간씩 약 20일 이상 근무하면서 제작한 물량을 기부하는 셈이다.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되는데도 서구지역 주민들이 방역마스크를 쉽게 구매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다가 기부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서구의 입장에선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서구는 당장 방역마스크 10만개를 기부물품으로 접수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서구는 다인누리가 산업집적활성화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과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도시관리계획 상 다인누리가 항만부지에 들어 서 있기 때문에 방역마스크를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인누리가 방역마스크를 생산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서구는 이런 내용을 구 대표에게 전달하고 방역마스크 10만개를 기부 받을 수 없다고 전달했다.

다만 국가전염병 재난단계가 현재 '심각' 단계인 만큼 방역마스크 생산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되, '경계' 단계로 내려가게 되면 2개월 이내에 방역마스크 생산을 자진 중단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다인누리가 현재의 공장에서 계속 방역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도시관리계획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해 보기로 했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구 대표는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이 때까지 현재의 공장에서 방역마스크를 생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해 1월 서구 북항로 76-45번지의 공장을 매입했다.

또 방역마스크 제조업을 미래의 신사업으로 내다보고 공장 3층에 2억5000만원을 투입해 방역마스크 실험실과 제조시설을 갖춰 놓았다.

특히 지난해 4월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새로 옮긴 공장에서 KF94와 KF80 등급의 방역마스크를 의약외품으로 제조해 판매할 수 있는 허가도 받았다.

우수한 기술 인력을 확충하고 설비를 최적화해 본격적으로 방역마스크를 생산하는 데에 꼬박 1년이 넘는 시간도 투자됐다.

구 대표는 이 과정에서 방역마스크를 생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받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하지만 도시관리계획 규제 때문에 불법으로 방역마스크를 생산하는 모양새가 됐다.

구 대표는 현재 어쩔 수 없이 전담 직원을 지정해 놓고 방역마스크 설비를 이전시킬 만한 공장을 알아보고 있다.

구 대표는 "이미 식약처에서 방역마스크를 생산해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불법인 줄 전혀 몰랐다"며 "솔직히 좋은 마음으로 방역마스크를 기부하려고 했는데 상처만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공장 이전비용이 들어가게 생기는 바람에 올해 투자계획도 차질이 생겼다"며 "현재 방역마스크 생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규제 때문에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jikoo7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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