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코로나19에 대한 일본 정부의 미흡한 대응과 관련해 국내외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즈(NYT)가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사임 가능성을 제기했다.
NYT는 6일(현지시간) '정치 미꾸라지 아베, 코로나 역풍은 못 피해'라는 제하 기사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도쿄올림픽이 취소되거나 경제 불황이 심화될 경우 아베 총리가 사임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지지통신=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다. 2020.03.03 goldendog@newspim.com |
신문은 "코로나19 사태가 일본을 위협하는 한 달 동안 아베 총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며, 무책임하고 안일하게 대응했던 아베 총리를 비난했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도, 이웃 국가들이 하루 1만명을 검사하고 있는데 일본은 왜 900명에 그치고 있는지에 대한 비난도 아베 총리가 아닌 보건 당국자들이 받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NYT는 "무대책으로 일관하던 아베 총리는 분노한 대중의 반발에 전국 학교에 휴교령이란 대책을 내놓았지만 서투른 대응은 오리혀 그의 정치적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꼬집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30%대로 곤두박질쳤다. 또 미리 짜놓은 듯한 기자회견 이후 트위터에는 아베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이 100만건 넘게 올라왔다.
전 후생노동성 장관인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는 "정부의 처참한 조치는 아베 총리가 너무 오래 집권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총리의 권력 장악은 정부 내 목소리를 약화시키고 관료들을 안일하게 만들었다"며 "누구도 그에게 불리한 말은 한 마디도 할 수 없다. 이는 아베 정권의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아베 외에 대안이 없다'는 논리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쿄 다마(多摩)대학교의 브래드 글로서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믿을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은 익숙한 악마를 고집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베 총리는 지난 1년 동안 다른 정치인이라면 이미 정치 생명이 끝났을 여러 스캔들을 피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응은 그가 지금껏 쌓아왔던 것들을 급속도로 고갈시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 야당 의원 출신인 나카바야시 미에코(中林美恵子) 와세다(早稲田)대학 교수는 "다른 스캔들과 달리 코로나19 대응은 모든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개인이 관련돼 있다"며 "미흡한 대처는 아베 총리의 지도력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코로나19 사태는 아베 총리가 유산으로 남기고자 하는 사업들도 위험에 빠뜨렸다. 온갖 정성을 기울였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은 연기됐고, 도쿄올림픽 취소 얘기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 후 계획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4연임 논의도 불거지고 있어 총리직을 3년 더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또는 후계자 지명을 통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NYT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가능성 모두 낮다는데 동의하고 있다"며 "올림픽이 취소되거나 일본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아베 총리는 사임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 지지통신=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2020.02.27 goldendog@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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