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헤지펀드를 필두로 월가의 큰손들이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주도한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을 팔아치웠다.
증시 주도주의 쏠림 현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쓴소리와 맞물려 극소수의 IT 대형주가 이끄는 강세장에 판도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무엇보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일제히 이들 종목을 매도한 것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는 지적이다.
20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웨일위즈덤닷컴이 월가 운용사 및 개인 투자자들의 13F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큰손들이 FAANG의 보유 물량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13F 보고서는 운용 자산 규모가 1억달러 이상인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매 분기마다 감독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운용 내역이다.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포함한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한 분기 동안 사고 판 자산 거래 내역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지난 4분기 특징적인 부분은 FAANG에 해당하는 모든 종목에 대해 큰손들이 순매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웨일위즈덤닷컴에 따르면 13F 보고서 제출 대상인 투자자들은 페이스북은 2억100만주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 비중이 전분기 대비 11.1% 감소했다.
애플도 마찬가지. 4분기 순매도 물량은 1억2100만주로 파악됐고, 이에 따라 전분기 대비 보유 물량이 4.6% 줄었다.
같은 기간 큰손들은 아마존을 2020만주(7.3%) 팔아치웠고, 넷플릭스와 알파벳 역시 각각 7050만주(19.9%), 2470만주(10.6%)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버크셔가 애플을 무려 368만주 매도했고, 바이킹 글로벌과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넷플릭스 주식을 각각 80만1931주와 59만5813주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타이거 글로벌은 페이스북을 290만주 매도했고, 시타델 어드바이저스 역시 페이스북을 210만주 팔아치웠다.
대형 기관들의 FAANG 매도는 고평가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과거 12개월 실적을 기준으로 무려 93배에 거래되고 있고, 넷플릭스의 밸류에이션도 92배로 한계 수위다. 페이스북의 경우 33배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수익성에 대한 우려와 국내외 정치권의 압박 역시 FAANG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을 빌미로 애플은 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못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
유럽 주요국에서 확산되는 디지털세 경고 역시 구글을 포함한 미국 IT 공룡 업체의 향후 수익성에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다.
한편 월가의 FAANG 매도가 지속될 경우 뉴욕증시 전반에 하락 압박이 번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종목의 지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주가 하락에 따른 충격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대형 IT 종목을 대체할 새로운 주도주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별도로 골드만 삭스는 투자자들이 코로나19에 따른 파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가파른 주가 조정을 경고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