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후보에 울산 동향 청와대 인사·새마을금고중앙회장 지원설
문 대통령 "민간 은행장 사실상 개입이 관치"에 정면 배치
김정기·권광석 파워게임, 플랜B 이동연 부각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 추천을 두고 우리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안팎의 지지를 받는 두 후보자의 팽팽한 파워게임 사이에서 플랜B 후보자에 힘이 실리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지지를 받는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지행부행장(부문장)이 유력한 후보였으나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가 급부상했다. 권 대표는 청와대 핵심 인사와 우리은행 간접투자자인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지지를 업었지만 채용비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 약점이다. 이 가운데 특별한 단점이 없어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이동연 우리FIS 대표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그룹이 출범한지 1년 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외부입김이 작용하면, 경영진간의 다툼 등 지배구조가 흔들려 제대로 된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왼쪽부터 권광석·김정기·이동연 후보자 [사진=우리금융] 최유리 기자 = 2020.01.28 yrchoi@newspim.com |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이 오는 31일로 미뤄진 것은 세 후보자 가운데 만장일치의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임추위는 지난 29일 회의를 끝으로 최종 후보를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오는 31일 한 차례 회의를 더 열기로 했다.
임추위의 셈법이 복잡해진 것은 권 대표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모 핵심 인사와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지지가 그 배경이다.
권 대표는 1963년생으로 울산 학성고 출신이다. 올해 초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같은 학성고 출신 후배가 핵심 보직을 차지하면서 권 대표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지지축은 새마을금고중앙회다. 권 대표는 같은 울산이 고향인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2018년 새마을금고 신용·공제사업 대표로 발탁한 인물이다. 새마을금고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 PE가 우리은행 지분(5.96%)을 취득할 때 1700억원을 출자한 간접투자자다.
권 대표는 두 지지세력을 업고 지난 29일 프리젠테이션(PT)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2시에 시작한 PT가 3시간 가량 이어진 이유다.
다만 채용비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채용비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재임시절 대외협력단 임원을 맡아 공동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전 행장에 이어 우리은행장이 된 손 회장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사다. 실제로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 취임 이후 첫 인사에서 권 대표를 주력 계열사가 아닌 우리PE 대표로 보냈다.
인사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가 우리금융의 완전한 민영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청와대 측근 인사를 선임하면 낙하산 논란은 필연적이다.
권 대표와 달리 김정기 부문장은 손 회장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임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사실상 손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다.
김 부문장은 손 회장과 같은 '전략통'으로 '리틀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은 2003년 우리은행 전략기획부 선후배로 시작해 영업 현장보다는 주요 전략부서에서 경험을 쌓았다.
김 부문장은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에 오른 2017년 연말 인사에서 기업그룹장으로 승진한 후 2018년 영업지원본부장으로 또 승진했다. 최근까지 손발을 맞추면서 손 회장의 뜻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와 김 부문장에 대한 평가의 추가 균형을 이루면서 이 대표가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치명적인 약점이 없어 안전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손 회장 입장에서도 이 전 행장 라인인 권 대표보다 이 대표가 플랜B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전략기획·인사부터 시작해 중소기업그룹, 개인그룹, IT그룹 등을 두루 거쳐 경험이 풍부하다. 숏리스트 후보군에 오른 인물들 가운데 우리금융에 가장 오래 재직한 최장수 임원이다. 채용비리, 차세대 전산시스템 사고 등 굵직한 사고가 터졌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은행장 선임이 팽팽한 삼각구도로 진행되면서 오는 31일 임추위에서 만장일치 의견이 모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종 면접이 치열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회의를 한 차례 더 열기로 한 만큼 임추위의 고심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