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친오빠 "이춘재보다 당시 경찰에 더 분노" 처벌 탄원
[수원=뉴스핌] 최대호 기자 = "저희 가족은 이춘재 만큼이나, 아니 이춘재보다 더욱 당시 경찰에게 분노를 느낍니다."
1989년 7월 발생한 이른바 '이춘재 살해 초등생' 사건 희생자의 친오빠가 밝힌 현재의 심경이다.
그는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과거 동생 사건을 은폐한 경찰들에 대한 처벌을 탄원하는 글을 게시하면서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이춘재 초등생 사건 희생자 친오빠가 올린 국민청원. [사진=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청원인은 "최근 경찰이 30년 전 이춘재가 살해한 제 동생의 시신과 옷가지를 발견하고도 손수 삽으로 묻어 은폐하고, 나아가 동생이 단순실종된 것처럼 수사기록을 조작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 억울함을 풀기 위해 글을 올리게 됐다"고 청원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동생이 실종된)그날 이후 저희 가족은 철저히 무너져 갔다"며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당시 경찰이 동생의 시신과 옷가지 등을 발견하고도 저희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수사기록도 남기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더욱이 경찰이 동생을 실종처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허위 조서를 꾸몄다. 저희 아버지와 사촌을 조사했던 것처럼 진술조서를 만들었고 거기에 막도장과 손도장을 찍었다"며 "경찰은 단순히 사건을 덮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은폐하기 위해 허위의 증거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우리 가족은 이춘재보다 당시 경찰에게 더욱 분노를 느낀다"며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경찰이 어떻게 이러한 천인공노할 짓을 벌일 수 있는지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어 "그런데도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경찰은 사건을 해결했다며 특진을 하고 영광을 누렸다고 한다. 인두겁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기가 찬다. 그들은 연쇄살인마 이춘재의 공범이자 이춘재보다 더한 범죄자들로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30년 전 발생한 이춘재 초등생 사건 피해자 김모(당시 8세)양 수색 현장을 찾은 김양의 아버지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채 주저 앉아 오열하고 있다. [뉴스핌 DB] |
청원인은 특히 "사건을 은폐한 이들을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무력감과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며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수사기관의 범죄 은폐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필요하다면 특별법을 제정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의 한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찰들에 대한 처벌 뿐이다. 그것이야 말로 어딘가 차디찬 땅속에서 하염없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을 동생의 넋을 기리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30년 동안 저희 가족 곁을 맴돌며 자신을 찾아달라고 절규했을 동생의 넋을 기릴 수 있도록 국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청원 동참을 호소했다.
이 청원에는 9일 오전 9시 30분 현재 900여명 명이 동참했다.
한편 초등생 실종사건은 1989년 7월 7일 화성군 태안읍에서 발생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1988년 9월 16일 발생)과 9차 사건(1990년 11월15일 발생)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피해자인 김모(당시 8세) 양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당시 경찰은 별다른 수사 진척이 없자 가출인 사건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춘재는 올 9월 초등생 실종 사건도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다. 이에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과 관련해서도 과거 수사 경찰관 52명을 조사했다. 그리고 당시 형사계장 A씨와 형사 B씨를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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