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 26일 척수장애 가진 무용수 출신 최씨 영입
"정치의 '政'자도 몰랐지만…이 땅 장애인들 위해 도전하겠다"
이해찬 "희망의 기자회견…당이 각별히 생각하며 정치할 것" 화답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더불어 산다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 그 꿈을 안고 정치에 도전한다."
정치의 '정(政)'자도 모른다는 평범한 청년이 더불어민주당의 '1호 영입인재'로 스카웃됐다. 민주당의 첫 번째 총선 주자는 척수장애를 가진 발레리나 출신 최혜영씨.
최 씨는 26일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를 하기에는 별로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여성"이라며 "이 땅 모든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과 주목을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1차 인재영입 발표에서 소감 발표를 하고 있다. 2019.12.26 kilroy023@newspim.com |
최 씨는 한때 발레리나를 꿈꾼 평범한 무용학도였다. 그러나 불의의 교통 사고를 당해 사지마비 척수장애 판정을 받게 됐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앉지도, 일어서지도 못했다. 최 씨는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나이 불과 스물 다섯이었다.
발레리나의 꿈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지만 현실에 그대로 끌려갈 수는 없었다고 했다. 최 씨는 혹독한 재활 끝에 홀로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는 2009년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하고 국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에 앞장서며, 인권운동가로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그는 "세상을 향해 휠체어 바퀴를 돌렸다"며 "이해하고 소통하면 장벽이 허물어질 것이란 믿음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최 씨는 여성 척수장애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재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0년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고, 2017년 나사렛대학교에서 재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 겸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마흔 살의 최 씨는 이제 250만 장애인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정계에 입문한다. 그는 "누구나 한 번쯤 '주목받는 생'을 살고 싶어 한다. 저 역시 발레리나 시절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주목을 받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저는 제가 아닌, 이 땅 모든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과 주목을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힘줘 말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저의 눈높이는 남들보다 늘 낮은 위치에 머문다. 국민을 대하는 정치의 위치가 그래야 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정치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이라며 "그 소통의 다리를 잇는 사랑의 작은 끈이 되고 싶다. 함께 가는 나라, 서로 사랑하는 나라, 국민 모두의 행복지수가 한 뼘쯤 커지는 나라, 그런 나라를 위한 디딤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1차 인재영입 발표에서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에게 당헌·당규집을 전달하고 있다. 2019.12.26 kilroy023@newspim.com |
여성·청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대표성을 아울러 띠면서도 '희망'이란 메시지까지 한데 전할 수 있는 인재란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유명인사가 아닌 무명의 신인을 '1호 인재'로 내세움으로써 참신한 인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은 그간 청년과 여성, 장애인 등 정치 소외층을 최우선순위로 영입하겠다고 누차 강조해온 바 있다.
최 씨는 "민주당이 세대 교체를 위한 새롭고 젊은 인재를 찾는다고 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지만 당의 진정성을 알게된 후 '한번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입당 배경을 설명했다.
이해찬 당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어려운 환경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고 소통을 통해 함께 하는 희망을 갖게 하는 회견문"이라며 최 씨를 격려했다.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이 이런 부분에 대해 앞으로 훨씬 각별하게 생각하며 정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최 씨에게 이 대표는 민주당 당헌·당규집과 당원교과서를, 윤호중 사무총장은 '따뜻한 정치'의 의미를 담은 파란 목도리를 전달했다.
최 씨는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정부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박탈감과 분노를 느꼈고 민주당을 지지하게 됐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지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는 것도 안다. 청년들이 가진 정치 불신도 알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그들의 정치 행태를 보면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법과 질서를 무시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국회 입성 후에는 여성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 법안을 발의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여성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육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발의하고 싶다"며 "장애가 있어도 당당히 엄마가 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최 씨의 출마형태를 놓고 "지역구 출마가 될 지, 비례대표 출마가 될 지 확정되지 않았다"며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활동해야 하는 부분을 감안해 인재영입 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매주 화·목·일요일마다 추가 영입인재를 발표할 방침이다. 오는 29일 '2호 인사'가 발표될 예정이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