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각, 우선주 발행 등 1조4000여억원 확보
승계 작업 첫 발...이재현 회장 '장자승계' 원칙 고수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비상경영을 선포한 CJ그룹이 내부 전열을 가다듬으며 숨가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는 한편 본격적인 승계 작업도 시작됐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최근 부동산과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등을 통해 1조4000여억원 자금을 확보했다.
CJ그룹 본사. [사진=CJ그룹] 2019.12.11 hj0308@newspim.com |
당장 유동성 확보가 시급했던 CJ제일제당은 지난 9일 총 4건의 자산 유동화를 매듭지으며 한숨 돌린 모양새다.
CJ제일제당은 서울 가양동에 위치한 전 바이오연구소 부지를 오는 20일 신탁수익회사 케이와이에이치에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가는 8500억원으로, 케이와이에이치는 인창개발·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최종 계약을 진행한다.
같은 날 CJ제일제당은 서울 구로동 소재 공장과 보유 중인 서울 필동 인재개발원(인재원) 부지 매각도 결정했다. 또 구로 공장을 신탁수익회사인 와이디피피 유한회사에 세일앤드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으로 2300억원 규모에 매각키로 했다.
인재원 부지의 경우 故 이맹희 명예회장의 생전 터라는 상징성 때문에 계열사인 CJ ENM에 약 530억원에 매각했다.
또한 미국 자회사 CJ아메리카도 이날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 '흥국US하이클래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호'가 총 3000억원 규모 우선주를 전량 인수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면서 최우선 과제인 차입금 축소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휴 공장부지 유동화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무구조 강화에 나서고 경영의 패러다임도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에 방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그룹] 2019.12.11 hj0308@newspim.com |
그룹은 이와 함께 승계 준비를 위한 첫 걸음을 떼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재현 회장은 장녀인 이경후 CJ ENM 상무와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CJ 신형우선주를 각각 92만주(약 610억원) 증여키로 결정했다. 이번 증여로 납부하는 세금은 약 700억원에 달한다.
신형우선주는 보통주 1주당 0.15주의 배당을 통해 취득한 주식이며, 10년 후인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된다. 이때 두 자녀의 지분이 2.7%씩 늘어나게 된다.
올 3분기 말 기준 CJ 지분은 이재현 회장이 42.07%로 최대주주이며 이경후 상무가 0.13%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증여와 함께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분할한 신설 IT법인은 이달 말 CJ 자사주와 주식을 맞교환할 예정이다. 이선호 부장은 IT법인 지분 17.97%를 보유 중이며, 맞교환을 통해 CJ 지분 2.8%를 획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10년 후 보통주 전환 시점에 이 부장은 CJ 지분을 5.1% 확보하게 되고 이경후 상무는 3.8%를 보유하게 된다.
당초 관련 업계에서는 이 부장이 최근 마약 흡입, 밀반입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승계 작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일련의 결정으로 미뤄볼 때 이재현 회장은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며 그동안 진행해온 승계 작업도 차질없이 진행해 갈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CJ그룹은 이르면 이번 주 중 조직개편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