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23일부터 3박 4일간 일본을 방문한다. 38년만에 이뤄지는 교황의 방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정은 피폭지인 나가사키(長崎)·히로시마(広島) 방문이다.
22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는 핵폐기와 관련해 교황의 높은 발언력에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도 "교황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불안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핵폐기에 대한 교황과 일본 정부의 입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태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방콕에 있는 세인트루이스 성당을 찾아 전용차 안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2019.11.22 goldendog@newspim.com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제 사회에 피폭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교황의 일본 방문에 기대를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24일로 예정된 교황의 나가사키·히로시마 방문에 주목하고 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핵폐기와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언급할 전망이다.
역대 교황들은 핵폐기를 호소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2013년 취임 이후 일관되게 '핵 없는 세상'을 주장하고 있다. 교황의 2018년 연하장이 대표적 사례이다. 당시 교황은 연하장에 '화장터에 선 소년' 사진을 인쇄해 교회 관계자들에게 보냈다. 이 사진은 미 해군 사진사 조 오도넬이 나가사키서 촬영한 것으로, 원자폭탄 투하로 사망한 남동생을 업은 소년이 화장터에 줄을 선 모습을 담고 있다.
전세계 13억명의 정점에 서있는 교황의 발언은 늘 주목을 받는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약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모습과 개혁적인 태도로 인기가 높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바티칸 방문 당시 교황에게 초청의 뜻을 전하는 등, 교황의 방일을 추진해왔다.
다만 교황과 일본 정부가 비핵화에 대해 완전히 같은 입장은 아니다. 양 측의 입장차이는 지난 2017년 유엔(UN)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 문제에서 잘 드러난다. 바티칸은 핵무기 제조와 보유를 금지한 이 조약을 신속하게 비준했다. 반면 미국의 '핵우산'에 있는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이 조약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교황의 발언은 애드립도 많이 사용된다"며 "어떤 메시지를 말할지 알 수 없어 우려는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에서 핵폐기를 위한 움직임은 정체되고 있다. 내년 봄엔 5년에 한 번 열리는 핵확산방지조약(NPT) 관련 평가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 5월엔 이를 위한 준비위원회가 있었지만 핵군축과 비확산과 관련한 각국 입장 차이가 두드러지면서 평가회의 지침을 마련하지 못했다.
도쿠야스 시게루(徳安茂) 전 주바티칸 일본대사관 직원은 이번 교황의 방일 목적에 대해 "교황은 일본이 핵폐기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 국민들의 핵무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일본 정부가 행동에 나서게 되길 바라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일에 맞춰 이제까지 '로마법왕'으로 부르던 명칭을 '교황'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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