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후미조치' 혐의…1심 유죄vs2심 무죄
대법 "사후 조치에는 교통 확보도 포함"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교통사고 직후 연락처를 남기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도 차량을 현장에 방치해 교통 질서를 어지럽혔다면 사고 후 미조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에 대해 사고 후 미조치 부분에 대해 무죄로, 음주 측정 거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조항의 입법 취지, 같은 법 148조 및 제156조 제10호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 제156조 제10호만 적용된다"면서도 "그 밖에 제54조 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 조치를 하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제148조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54조 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사고 발생 시 교통상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해차량으로 인해 다른 차량들이 도로를 통행할 수 없게 됐다면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며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서 정한 '필요한 조치'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2월 9일 밤 11시에서 다음날 새벽 2시 사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 당하로 58 일대 이면도로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던 중 진행방향 왼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 씨는 사고 발생 직후 가해차량의 운행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차량 전면 유리창에 연락처를 적은 종이를 붙여둔 후 차를 도로 가운데에 비상등을 켠 채 세워두고 현장을 떠났다.
또 이 씨는 같은 날 오전 4시 50분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로부터 음주 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은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와 음주 측정 거부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40시간 사회봉사 명령도 내렸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 원심이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며 해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 "2016년 12월 법이 개정돼 2017년 6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제148조는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사람'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원심은 제156조를 적용해야 함에도 제148조를 잘못 적용해 이 부분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법 적용에 대한 법리 오해가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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