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수 있는 것 하라"…영업점 현장 의견 반영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영업현장에서 핵심성과지표(KPI)를 직접 짜라고 주문했다. 본점에서 결정해 영업점으로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각 영업점에서 잘 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구성하라는 것. 이 같은 방식을 두고 동기부여에는 긍정적이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KPI 개편 상황에서 영업직원들 부담을 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동산금융 활성화 1주년 계기, 은행권 간담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2019.07.17 alwaysame@newspim.com |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내달 3일 내년도 경영전략을 공유하는 임원 워크숍을 연다. 지 행장이 영업현장에서 KPI를 직접 짜라고 주문한데 따라 이 자리에선 KPI 개편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워크숍 형식에도 변화를 주기로 했다. 임원들이 발표하는 워크숍에 영업직원들이 참여할 뿐 아니라,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이다. 임원들은 이를 내년도 경영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지 행장의 이 같은 주문은 취임 이후 영업점 현장 목소리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본점에서 세우는 성과 목표와 영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방향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 각 영업직원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이 다른데 천편일률적인 KPI로 측정한다는 불만도 있었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KPI를 만들어서 기본적인 틀을 짜는 것"이라며 "잘 하는 걸 하도록 환경을 만들려는 변화로 본다"고 풀이했다.
사실 영업현장에서 KPI를 구성하는 것은 파격적인 시도다. 통상 본점에서 KPI를 짜고 이를 각 영업점으로 전달해 달성하는 방식이었다. 하나은행도 본부 각 부서 의견을 취합해 영업지원그룹 산하 영업지원부가 총괄해왔다.
더욱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KPI 개편을 진행중이어서 새로운 구성 방식에 이목이 쏠린다.
하나은행은 지난 17일 DLF 후속 조치 중 하나로 KPI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하반기부터 자산관리(WM) 인력 평가에서 고객 수익률이 차지하는 비중을 4.5%에서 9%로 올린 것에 더해 향후 고객 수익률 평가를 일반 영업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불완전 판매에 대한 KPI를 개선하는 등 고객 중심의 KPI를 운영할 방침이다.
은행 내부에선 영업현장에서 KPI를 짜는 것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올해도 KPI가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아 영업점에선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하라고 했지만 기준이 없다보니 영업본부에서 더 힘들어한다"며 "지점장들도 이 문제로 내내 회의중"이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DLF 불완전판매 배경으로 단기성과 위주의 영업을 촉발한 KPI가 지목되면서, 영업직원들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나영 금융소비자연맹 정책팀장은 "영업점에서 KPI를 정하면 책임 또한 영업점이 지게 된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선 본부 중심으로 불완전판매 관련 패널티를 주거나 소비자보호 관련 지표를 강화하는 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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