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묵 "한일 정상 자연스럽게 만나 협상 여지 만들수도"
신범철 "3국 정상회의 취지는 역내 협력 촉진하자는 것"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올 12월께 한국과 중국, 일본이 3국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청와대가 5일 밝혔다. 연례적으로 열리는 행사에도 불구,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갈등을 해결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여부에 대해 “이 회의는 3국이 해왔던 연례적인 정상회담”이라며 “현재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 교도통신을 인용, 한중일 3국 정상이 오는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3국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5월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담에 앞서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문가들 "한중일 정상회의는 할수록 좋은 행사"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 처음 시작된 이후 3국이 번갈아가며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도쿄에서 5월에 열렸다. SCMP는 한중일 3국 외교장관이 이달 말 베이징에서 만나 일정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올해는 중국이 개최할 차례이며 현 단계에서 확답할 순 없지만 개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며 “시기와 장소 등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성사된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자연스럽게 만나 한일 갈등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일단 한일 정상이 이번 계기에 만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며 “이 만남에서 자연스럽게 한일 무역분쟁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고 그 다음 수순으로 이어갈 여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또 "당장은 이달 하순에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개정안을 발효하고 15일 광복절에 문 대통령의 대일 강경 발언이 있을 수 있는데다 우리 군의 독도 방어 훈련이 진행될 수 있어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면서도 "조금 냉각기를 갖고 연말까지 상황을 관리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하면 할수록 좋은 행사"라며 "양자가 어려울 때 다자회의를 하면 좋은데 중국이 한일 갈등 해결에 큰 기여는 하지 않겠지만 3국 정상회의 취지는 역내 협력을 촉진하자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은 이어 "역내 국가들에게도 한중일 3국끼리 경제제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그런 점을 통해 일본을 설득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중일, 북핵 해법 논의하는 자리 될 듯
다만 별도의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일본은 지난 6월말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거부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지난달 29일 “한일 청구권협정에 위반되는 사태를 일방적으로 만들어 낸 한국 측의 변화를 기다린다는 의향”이라며 “오는 9월 개최되는 유엔총회 등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더라도 현 상태라면 (한일 정상이) 직접 대화하는 장은 마련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한일 정상은 다음 달 유엔총회와 10월 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모두 참석하지만 양자회담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예상 시기인 12월까지도 한일 갈등이 이어진다면 3국 정상회의 역시 이 문제로 집중될 전망인 만큼 아예 회의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에도 참가국 간의 외교마찰이 극심했던 해엔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은 사례가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 제외 결정 등으로 한일 양국이 극한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 협의하려는 목표를 세우지 않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한중일 정상들이 만나면 북한 문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안보협력 와해를 내심 반기는 중국이 한일갈등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낮으며, 중일 간에도 화웨이 장비 배제, 동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이 남아 있어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공통관심사는 북한 핵문제다.
지난해에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3국 정상회의에서 4·27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고 당시 앞두고 있었던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촉구하는 내용의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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