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미투 작가 개명 후 작품 활동 논란
음주운전 3개월 만에 연극 복귀 알린 배우 안재욱
쉽게 노출되지 않는 공연계 특성…주홍글씨 문제도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최근 공연계가 불미스러운 잡음으로 시끄러운 형국이다. 물의를 빚고도 연극제에 다른 이름으로 참가하는가 하면 음주운전 3개월 만에 복귀를 발표한 배우에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3일 서울연극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미투 건으로 2018년 3월 2일부로 기한부 권리정지된 작가가 개명된 이름을 사용해 다른 지역에 출품한 사실을 5월 30일 인지했다"며 "본선 팀의 참가를 반대한다. 본선 경연 자격박탈을 조직위원회에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진=서울연극협회, 대한민국연극제 홈페이지] |
이에 대한민국연극제 조직위는 지난달 31일 관련 내용에 대해 인지하고 사실 재확인을 진행했으며, 지난 1일 이사회를 통해 논의했다. 이어 지난 4일 "조직위원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아래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문제의 극작가를 제명한다. 충북대표단체의 공연을 불허한다"고 긴급 공지했다.
문제가 된 작품은 충북지역 대표 극단 시민극장의 '은밀한 제안'이다. 작품의 극작가가 '김지훤'이라는 인물로 등록돼 있으나 실제로는 지난해 '미투' 고발 대상이 된 극작가였다. 교묘하게 이름만 바꾼 것이었다. 당초 이 작품은 오는 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두 차례 무대에 오르기로 돼있었다.
대한민국연극제 조직위원장이자 (사)한국연극협회 오태근 이사장은 "참가 팀들이 모두 서약서를 썼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단체는 말하지 않은 거다. 사실 배우들 입장에선 너무 억울한 일이다. 배우들의 권익도 생각해야 하지만 이번 팀은 사건의 경중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단호하게 대처한 것"이라며 "앞으로 세부 규칙을 더 세우고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안재욱 [사진=뉴스핌DB] |
뿐만 아니다. 이보다 앞서 음주운전으로 뮤지컬 '광화문연가'와 '영웅'에서 하차했던 배우 안재욱이 오는 7월 개막하는 연극 '미저리'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알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안재욱은 소속사 제이블엔터테인먼트 측을 통해 "모든 관계자분들,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들께 죄송한 마음 뿐이다.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한다. 이번을 계기로 무대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성실한 연기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개명 후 작업 활동, 물의를 빚은 후 너무 빠른 복귀는 제대로 된 자숙의 시간을 가진 것이 맞는지 의문을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연기 또는 작품으로 보답하겠다'는 상투적인 각오는 누구를 위한 반성인 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공연계 종사자는 "매체에 쉽게 모든 것이 노출되는 연예계와 달리 공연계는 공개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실명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 공연계 자체가 좁고 폐쇄적인 부분도 있어 조금만 건너면 다 친분이 있다. 그래서 반응이 갈리고 쉽게 질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생기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개명을 하고 몰래 작업을 이어온 건 명백한 잘못이고, 밝혀지면서 더욱 괘씸죄가 추가된 것은 맞다. 하지만 연예인은 잘못을 해도 실력이 좋으면 쉽게 용서되는 반면, 공연계는 오랜 자숙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주홍글씨로 낙인찍히는 경우도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조건 쉬쉬하기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