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실제 보도지침 사건 소재로 재구성한 법정드라마
7월 7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작게 보면 한 명 한 명의 말이 언론이 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 2관에서 연극 '보도지침'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작품의 하이라이트 시연과 함께 오세혁 연출, 출연 배우들이 모여 간담회를 진행했다.
![]() |
연극 '보도지침' 공연 장면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
연극 '보도지침'은 1986년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 당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에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의 판결과정을 재구성한 법정드라마다. 2017년 초연한 후 2년 만에 돌아왔다.
오세혁 연출은 "초연했던 당시와 지금 정권이 다르다. 처음 작품을 함께 시작할 때는 굉장히 엄했기 때문에 고민을 했다. 사건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상당히 먹먹하고 무서웠다. 실제로 폭로했던 분들이 지금 제 나이와 비슷했다. 그게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이어 "초연 당시에는 할 말을 제대로 하게 해달라는 얘기를 하려 노력했고, 그 말을 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지금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어느 정도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말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누구나 말을 할 수 있지만 어떤 말을 듣고 누구의 말이 옳은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은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를 통해 청춘을 함께 한 친구들이 등장해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보도지침을 실제 폭로한 김주언 기자는 '김주혁' 역으로 바뀌었고 배우 박정복, 이형훈이 연기한다. 월간 '말'지를 세상에 공개한 김종배 편집장은 '김정배'로 재탄생됐다. 배우 기세중, 조풍래, 강기둥이 담당한다.
![]() |
연극 '보도지침' 공연 장면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
새로 합류한 박정복은 "공연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집중했을 때, 이번에는 더 언론의 역할, 그것이 관객에게 어떻게 설명되는 것이 좋을까 포커스를 맞추고자 했다. 각자 생각하는 언론관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지금 정권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실제 사건이 있던 시대와 현재를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까 많이 찾아보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조풍래는 "몇 십년 전의 김정배가 바라본 시대의 눈으로 볼 지, 현재의 눈으로 볼 지 고민이 많았다. 그때와 지금 얼만큼 달라졌나 생각해봤는데 방식만 다를 뿐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자신이 택해야 할 정보를 빠르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국민들이 가장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을 변호했던 한승현 변호사는 '황승욱'으로 바뀌어 배우 오정택, 손유동이 연기한다. 그들에게 맞서는 검사 '최돈결'은 세 사람과 대학시절 연극 동아리를 함께 한 친구로, 배우 안재영과 권동호가 맡는다. 재판의 판사 '원달' 역은 배우 장용철과 윤상화가 소화하며, 극중 '남자·여자' 역으로는 배우 장격수, 최영우, 이화정, 김히어라가 출연한다.
![]() |
연극 '보도지침' 공연 장면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
극중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는 말을 직접 만든 장용철은 "서울연극협회 임원으로 있을 때 연극인들을 위한 표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함께 만들었다. 연극이 가장 지성적이고 문화적이고 철학적이라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외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정말로 연극이 이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연극말고도 영화, 무용도 될 수 있고, 언론이야말로 정신적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극은 1980년대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지금도 변하지 않은 권력과 힘에 대해 통찰력 있게 그려낸다. 또 실존 인물들의 최후 진술을 바탕으로 한 진실된 텍스트의 힘을 전하며, 역사를 넘어 지금 이 순간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오세혁 연출은 "대본의 바탕이 되는 실제 재판 기록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초연 때는 '숨 좀 쉬고 싶어서 했다'는 정배의 말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주혁이 '보도지침 파일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꽂혀있었지만 우리는 왜 지금까지 보려하지 않았나'라고 말한다. 저를 포함해서 모두가 이 말 한 마디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극 '보도지침'은 오는 7월 7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