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지난 3월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협정(SMA) 서명
SMA 군수지원 항목에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새로 포함
전문가 “美, 군수지원 항목 빌미로 분담금 증액 요구할 것”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주한미군이 지난해 전기 및 가스요금, 즉 공공요금으로 1000억원 넘게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정 개정으로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져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말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2018년 전기요금으로 약 880억원(82만 메가와트)을, 도시가스 요금으로는 약 146억원(2만 톤)을 지출했다. 전기 및 가스요금을 합치면 1020억원에 달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서명식에서 협정서를 교환하고 있다. mironj19@newspim.com |
해마다 주한미군 도시가스 공급실적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1년 한 해 5917톤을 공급했던 것이 2012년 6882톤, 2013년 8006톤으로 증가하더니 2015년에는 1만톤(1만902톤)을 넘겼고, 2018년에는 2만톤(2만533톤)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로 인해 가스공사가 주한미군에 판매한 금액도 2010년 48억3806만원에서 2012년 66억7355만원, 2013년 83억1926만원으로 증가하다가 2015년에는 100억원(106억8605만원)을 넘겼고,급기야 2018년에는 146억301만원에 달했다.
전력사용량은 가스 공급실적만큼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2017년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사용량이 64~70만 메가와트 선에서 유지되다가 2017년 처음으로 70만 메가와트(약 73만 339 메가와트)를 돌파했고 2018년에는 82만 메가와트(82만 160 메가와트)를 넘었다.
연도별 주한미군 도시가스 공급실적 [자료=한국가스공사, 송영길 의원실] |
연도별 주한미군 전력사용량 현황 [자료=한국전력공사, 송영길 의원실] |
문제는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지금까지는 이 비용을 주한미군이 부담해 왔다.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일부 재정적 지원 분담금인 ‘방위비 분담금’이 있기는 하지만,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에 공공요금에 대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3월 한미 양측이 서명하고 국회에서 비준까지 된 제10차 SMA에서는 전기‧가스요금 같은 공공요금이 군수지원 항목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미군문제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박진석 변호사는 “SMA에서 군수지원 항목에 포함됐다는 건 미군이 한국에 이 부분을 부담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다는 것을 말한다”며 “이걸 토대로 미국이 올해 있을 제11차 SMA 협상을 할 때 방위비 대폭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규모 추이 [자료=국방부, e-나라지표] |
한미 양국이 지난 3월 서명한 제10차 SMA는 유효 기간이 1년이다. 서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협상을 위한 절차에 돌입해야 하는 것인데, 방위비 대폭 증액을 요구할 법적 근거까지 마련됐으니 한국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박 변호사는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10차 SMA 협상 때는 처음으로 항목에 포함된 것이니 큰 인상 요인이 아니었겠지만 이제부터는 미국이 점차 큰 요구를 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한 해 1000억원 정도의 전기‧가스요금을 지출한다고 하면 그 절반 정도를 부담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10차 SMA의 국회 비준을 반대했던 것인데 결국 비준이 됐다”며 “앞으로 ‘(주한미군이 지출하는) 공공요금의 군수지원 항목 포함’이 방위비 수백억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