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동학농민혁명 125주년을 맞아 SBS에서 새 금토드라마 '녹두꽃'을 선보인다. 신경수 감독은 왕이 아닌 민초들을 중심으로 그 시절 젊은이들의 뜨거운 분노와 저항의지를 담겠다는 각오다.
17일 목동 SBS 13층 컨퍼런스룸에서는 SBS 새 금토드라마 '녹두꽃'의 신경수 감독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신 감독은 "2019년 대한민국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분노나 좌절,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희망에 관한 얘기"라고 '녹두꽃'을 소개했다.
이날 신 감독은 "'녹두꽃'은 동학혁명부터 임시정부까지 한국의 근현대로 이어지는 굵직한 역사를 따라가는 드라마"라며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던 1894년 전라북도 고부의 이방 집 두 형제의 얘기를 찾게 됐다. 굵직한 혁명과 역사의 배경을 두고, 형제와 가족과 젊은이들의 사랑, 분노를 넘어서는 희망을 그려보고 싶었다. 선대의 젊은이들이 겪은 고군분투와 좌절, 도약에 관한 이야기가 깊은 울림, 희망과 격려를 줬으면 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녹두꽃' 신경수 감독 [사진=SBS] |
신 감독은 현장에서 촬영을 함께 하는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 최무성 등 출연배우들을 언급하며 믿음을 드러냈다. 그는 "조정석 씨는 모두 알다시피 스타인데도 너무 소탈하고 소박하다. 많은 사람들을 웃기기도 하고 고생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에너자이저 같이 힘을 준다"면서 "맏형 역할을 잘해줘서 기분이 좋다"고 칭찬했다.
또 윤시윤에 관해서는 "함께 하면서 깜짝 놀랐다. 철두철미하고 성실하게 현장에서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윤시윤 배우 대본이 너무 새카맣다. 이런 저런 메모와 대안을 준비해와서 여러 상황을 대비한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청년의 모습을 많이 보셨을텐데 이번에 깊이있는 반전, 대변신을 기대하셔도 좋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전작 '육룡이 나르샤'에서 함께 했던 한예리도 언급했다. 그는 "'육룡이 나르샤'의 척사광으로 영원히 남을 줄 알았는데 다시 만났다. 전작에서 무사여서 액션신 위주라 갈증이 있었다. 이 배우와 깊이 있는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왔고 너무나 만족한다. 깊이감을 만들어주는 내적인 연기를 한예리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만족했다.
의외로 '녹두꽃'의 주인공은 배우 최무성이 맡은 전봉준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신 감독은 쉽지 않았던 작업 과정을 밝히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한 명의 영웅,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그 당시 보통 사람들, 평범한 인물들, 누군가의 아버지, 아들, 형이자 아우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면서 "주인공이 전봉준이 된다면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위해 우리가 그리고 싶은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그간 연출을 맡았던 '뿌리깊은 나무'나 '육룡이 나르샤'에서 왕의 이야기를 다룬 것과도 비교가 됐다. 신 감독은 "'뿌리깊은 나무'에선 B팀 연출이었다. 장태유 감독님이 깔아둔 판 위에서 근무만 많이 했다. 사실 사극에서는 왕을 중심으로 서사가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왕이 주인공이면 극적 긴장감이나 여러 장점이 있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백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던 건 제 스스로 지겹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왕 이야기를 해야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봉준이 주인공이 안됐던 것도 비슷한 관점에서 나왔다. 권력도 없고 근본적으로 왕실 태생도 아닌 일반 보통 사람들, 지금 사는 사람들과 같은 조건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었다"고 소신과 포부를 얘기했다.
신 감독은 현재 SBS 금토드라마로 편성된 '열혈사제'가 20% 시청률을 넘나들며 사랑받는 데 대해서도 "이율배반적인 마음"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전작이 시청률이 잘 나오면 당연히 좋다. 근데 제가 하는 건 안되면 어쩌지 싶기도 하다. 너무 잘되면 안되는데 하다가도 또 떨어지면 '안되는데' 한다. 저희가 운이 좋은 것 같다. 잘 이어가야 하는데 잘 봐주셨으면 한다"고 기대를 부탁했다.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의 역사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다.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 최무성, 박혁권 등이 출연하며 '열혈사제' 후속으로 오는 26일 첫 방송된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