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법’ 공방 벌인 남 씨...“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재판부 “정당행위라면 앞으로도 똑같은 행위 할 것이냐” 질책
[서울=뉴스핌] 이학준 = 김명수 대법원장 승용차에 화염병을 던져 구속기소된 남모 씨가 15일 첫 재판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형법을 인용해가며 정당하다고 주장하자, 정계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정당하다면 앞으로도 똑같은 행위를 할 것이냐”며 받아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현존자동차방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남 씨는 이날 재판에서 과거 자신이 패소한 민사 소송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는 사실을 대법원장에 알리려는 정당한 목적이었고, 이것은 정당방위에 해당돼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대법원장 출근차량 화염병 투척 사건 피의자인 남모씨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11.29 kilroy023@newspim.com |
남 씨는 형법을 인용해 “형법 제 20조에는 정당행위가 명시돼 있고, 범죄 사실이 있더라도 위법성 조각사유로 판단될 경우 죄를 면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형법은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이다.
이에 재판부는 “죄가 안 된다는 주장은 앞으로 똑같은 행위를 해도 죄가 안 되다는 주장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씨는 “거기까지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이 주장에 대해 재판장님께서 판단해 달라는 것”이라며 “제 심정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시위를 해도 폭력적인 행위는 절대 안 할 것”이라며 “앞으로 같은 일이 재발된다면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고도 했다.
남 씨는 수사 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대법원장이 다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신나에 불을 붙여 사람이 타고 있는 차에 던지면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남 씨는 “신나는 불이 붙으면 금방 사라진다”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차량 안에 있는 사람한테 불이 붙을 수 있는데, 자꾸 그렇게 말하면 변명으로 밖에 안들린다”고 질책했다.
검찰은 남 씨의 범행에 대해 “피고인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되자 대법원 출근 차량에 신나를 뿌려 사회적 이슈를 만들려 판결의 부당성을 세상에 알린 후 재심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남 씨는 “범행은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민사소송 과정에서 위법한 사실을 대법원장에 알리려고 한 것이지 재심을 받으려는 것은 아니었다”며 범행 동기를 부인했다. 그는 중간중간 다소 횡설수설한 모습도 보였다.
남 씨는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9시9분께 김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체포된 후 구속 기소됐다. 남 씨는 경찰 조사에서 “민사소송 사건과 관련해 내 주장을 받아주지 않아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남 씨는 유기축산물친환경인증 사료를 제조·판매하다 2013년 친환경인증 부적합 통보를 받은 뒤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이에 남 씨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재심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 1심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약 82억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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