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권 행사하려면 지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한진그룹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CGI)의 주주제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소수주주인 KCGI가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려면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데 해당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스핌 DB] |
한진그룹은 20일 입장자료를 내고 "소수주주 KCGI가 한진칼과 ㈜한진에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지분 6개월 보유 특례규정을 충족해야 한다"며 "KCGI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 등기 설립일은 2018년 8월 28일로 지분 보유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CGI가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주제안서 송부 시점인 2019년 1월 31일 기준 6개월 전인 2018년 7월 31일 이전에 한진칼, ㈜한진 지분을 보유했어야 한다"며 "한진칼과 ㈜한진은 KCGI 주주제안에 대해 추후 이사회에 상정해 법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법 제524조의6에 따르면, 자본금 1000억원 이상 상장사의 소수주주는 특례요건에 따라 최소 6개월 전부터 0.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만 주주제안권 등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이 내용은 특례규정으로 주주제안권과 관련한 일반규정보다 우선 적용된다.
그러나 KCGI의 출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의 설립 등기일은 2018년 8월 28일로, 주주제안서 발송일인 2019년 1월 31일과 5개월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한진칼의 지분 10.8%를 보유하고 있는 KCGI가 지분 보유기간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주주제안을 한 셈이다.
앞서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말 한진칼에 주주제안서를 보내 △감사 1인 △사외이사 2인 △감사위원회 위원 2인 △석태수 대표를 제외한 사내이사 1인 선임 등을 요구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KCGI가 회신 시한으로 못 박은 지난 11일에 맞춰 회신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KCGI의 지분 보유기간 미충족 사실을 알게돼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과거 삼성물산과 앨리엇 분쟁을 예로 들어 보유기간 충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서울고등법원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삼성물산과 제일 모직 합병주총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상장사의 경우 소소주주권이 악용될 우려가 있어 보유기간 요건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며 "상장회사 특례규정이 존재하는 경우 특례 규정만 적용되고 일반규정은 적용이 배제된다"며 기각했다.
이는 현행 상법 규정에 따라 특례규정만 적용한 것으로, 엘리엇은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고 패소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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