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1일 양승태 구속기소…박병대·고영한 불구속기소
법원 내부 “안타깝지만 반성하는 계기 돼야”
법조계 “양승태, 사태 책임…잘못된 관행 바로잡아야”
김명수 대법원장 “과오 재발 않도록 사법제도 개선해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행정 최고 책임자들이 잇따라 재판에 넘겨지면서, 법원 안팎의 혼란스러운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이 법원의 심판을 받게된 것이다.
이는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인 만큼, 법원 내부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과 동시에 사법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1.11 |
법원 안쪽에선 허탈해 하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법관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업무를 해 왔는데 전직 대법원장이 법원, 그리고 후배 법관의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해 부끄러우면서도 안타깝다”는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될 때 부터 법원 내부에서는 ‘자포자기’하는 심경으로 사태를 바라보는 법관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내부에서는 허탈해 하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법원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이 그동안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언급했다.
법조계의 시각도 비슷하다. 다만 반드시 책임 소재를 다퉈 이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과거 몸담았던 ‘친정’같은 곳인데 이런 일이 발생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면서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대부분의 판사들은 법률과 자신의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 이런 일로 대부분 선량한 판사들이 오해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난 대로 그동안 관행처럼 이뤄진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근절되었으면 한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최고윗선에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후배 법관들과 사법부의 위상을 더 이상 해치지 않는 일”이라고 반응했다.
이어 “올바른 재판이 이뤄지기 위해 재판 독립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며 “지금 사법부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각종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추스리기에 나섰다.
김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기소 다음날인 법원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려 “최종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징계 청구와 재판업무배제 범위를 검토하겠다”며 “유사한 과오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법제도와 문화를 개선하고 법관 책임성을 강화하는 구조적 개혁을 이뤄내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법부 개혁을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리고 법원 가족 여러분도 법원 내외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서로를 격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법원 내부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는 한편, 밖으로는 국민에게 신뢰를 보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읽힌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