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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88만원 세대’가 ‘800만원 세대’에게

기사입력 : 2019년01월10일 17:33

최종수정 : 2019년01월10일 17:33

국민은행 파업 현장에서 '카풀 반대' 택시기사 오버랩
변화하는 세상·두려워하는 사람 사이 나아갈 길을 찾아야

[서울=뉴스핌] 류태준 기자 = 지난 8일 파업 현장에서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만나 “이번 파업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느냐” 물었다.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던 박 위원장은 이내 무대에 올라 “우리 마음 속에서 떳떳하고 옳은 것이 기준이라면 총파업은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금융부 류태준 기자

우리 법은 노동자의 3권을 보장한다.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돈을 많이 번다고 권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월 88만원을 벌어도, 월 800만원을 받아도 똑같다. 국민은행 노조원의 권리 행사는 정당한 셈이다.

붉은 비표를 목에 건 노조 간부들은 질서를 확보하고, 노란 조끼를 입은 직원들도 친절히 안내했다. 쓰레기는 깨끗이 분리수거 됐고, 흡연은 정해진 구역에서 이뤄졌다. 2층 화장실 대부분은 여성에게 할당됐고, 분실물도 무대에 오른 사회자가 농담을 건네며 찾아주는 등 파업 현장의 분위기는 축제에 가까웠다.

그 자리에서 문득 지난달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 등에 반발해 3차례 파업한 택시기사의 수척한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들은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미래에 대한 걱정을 표현했다. 그럼에도 반응은 냉담했다. 택시의 수송분담률이 지난 2009년 4.3%에서 2016년 2.9%까지 떨어진 이유에 대한 시각차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살기 힘든 상황에서 택시만 변화와 경쟁을 외면하고 익숙함을 고집했다고 생각했다.

국민은행 파업 간담회에서 기자들은 "본질이 무엇이냐"를 물었다. 파업은 합법적이고, 명분은 생각에 따라 충분히 정당했다. 기자들은 돈 문제가 아니라는 항변을 듣는 순간, 더 큰 그림이 궁금했다. 이 파업에 진짜 무엇이 걸려있고, 과연 무엇을 걱정하는지 보고 싶었을 거다.

핵심은 변화다. 금융산업도 운수업만큼이나 격동의 시간 앞에 서 있다. 어느덧 은행 업무의 80~90%는 비대면으로 처리되고, ‘디지털’ 기조가 커져간다. 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코딩 교육, 성과제 도입과 지점 축소 우려 등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해할 수 있는 걱정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지 않는’ 택시기사에게도 댓글을 넘어 '타다'와 '쏘카'를 택해 적극 심판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 KBS 아나운서는 파업 기간 동안 ‘KBS도 파업을 하느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고, 육아휴직을 가지는 동안 KBS가 없는 삶이 불편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국민은행 파업에서도 ‘스마트폰이 있어 파업하는지도 몰랐다’는 뉴스와 댓글이 쏟아지고, ‘창구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 파업이 노조원의 미래를 좋아지게 하기보다는 은행원의 존재감을 지우고, 변화의 파도 속으로 더욱 깊게 몰아넣을 거란 걱정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kingjo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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