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3일(현지시간) 개원한 제116회 미국 연방의회에서 신임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낸시 펠로시 하원 전 민주당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 충돌을 예고했다. 이날 하원에서 민주당은 트럼프의 50억달러 국경장벽 요구를 뺀 '패키지 예산안'을 가결시켰고, 현직 대통령 기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강한 이견 제기 가능성마저 추가되는 양상이다.
미국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개원 직후 공화당으로부터 넘겨받은 의사봉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9.1.3.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8년 만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다. 3일 개원 직후 새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펠로시는 지난 2011년에 하원 의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번에 지지를 얻어 복귀에 성공했다.
하원의장은 연방정부에서 부통령 다음 세 번쨰로 가장 힘있는 직위다. 현재 펠로시 신임 하원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서열 1~15위는 모두 공화당 소속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목소리를 가장 권위있게 낼 수 있는 인물 또한 펠로시 뿐이다. 펠로시를 필두로 한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파열음은 개원 첫날부터 시끄럽다.
◆ '셧다운 장기화 조짐' 국경장벽 놓고 양보없는 2人
펠로시 의장은 개원 첫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견제와 공세를 예고했다. 그는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연방정부 부분적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트럼프가 요구하는 50억달러 규모의 국경장벽 자금을 예산에 반영할 의사에 대해 묻는 질문에 "아니다. 장벽 건설 비용이 포함된 예산안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다"고 단언해 트럼프 대통령과 타협할 마음이 없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민주당과 '딜(거래)'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장벽 예산을 허용하는 대가로 '미성년 입국자 추방 유예(DACA)' 구제안을 받아내는 것이 거래 내용이다. 펠로시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장벽 예산 문제는 타협 사항이 아니란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셧다운이 매우 길어질 수도 있다"며 스스로 장기화를 예견했을 만큼, 국경장벽 건설 자금은 꼭 받아내겠단 심산이다.
이날 하원에서 '패키지 지출법안'이 가결됐지만 상원에서 가결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을리 만무하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의식해 상원은 "하원이 승인한 법안 통과를 위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패키지 예산안'은 두 개의 다른 예산안을 하나로 묶은 예산안으로, 하나는 지난달 22일 0시 셧다운 이래 업무가 중단된 8개 부처에 9월 30일까지 기존 규모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셧다운으로 업무가 중단된 부처로는 농무부, 내무부, 교통부, 상무부와 법무부 등이 있다.
다른 하나는 국경 보안 주무 부처인 국토안보부(DHS)에 2월 8일까지 예산을 제공하고, 국경펜스와 국경 보안 장비에 각각 13억달러, 3억달러를 배정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가 요구한 50억달러는 쏙 빠져 있다.
펠로시를 주도로 한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이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 '트럼프 탄핵' 배제하지 않겠다는 펠로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시도하지도, 그렇다고 아예 안 할 것은 아니라는 애매한 말을 남겼다. 그는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탄핵 시도는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탄핵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정치적 이유로 탄핵을 기피해서도 안된다"고 발언했다. 사실상 탄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원에서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을 제기할 힘이 생겼다. 그러나 상원에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큰 이변이 없는 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은 희박하다.
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도와 트럼프 대통령의 혐의가 입증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게 될 때 기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북·미 비핵화 협상도 재검토
민주당의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 내정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청문회에 불러 북한 비핵화 협상 문제 등을 따질 것이라고 공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대북 협상과 제재 완화에 반대하고 있어서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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