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를 노려라" vs "그래도 성수기와 비수기는 다르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겨울방학과 크리스마스를 앞둔 극장가에 또 한번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오는 18일 ‘스윙키즈’와 ‘마약왕’을 시작으로 ‘아쿠아맨’, ‘PMC: 더 벙커’, ‘범블비’ 등이 줄줄이 개봉을 앞뒀다.
모두 큰 버짓의 작품으로 스타 감독과 배우, 참신한 소재, 풍성한 볼거리 등을 자랑하며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대작들의 동시기 개봉이 제 살 깎아 먹기가 되지 않겠냐는 ‘과열경쟁’에 대한 걱정이다.

마냥 기우로 치부할 수도 없다. 가장 가까운 성수기인 지난 추석만 돌아봐도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9월 추석을 맞아 ‘안시성’, ‘명당’, ‘협상’ 등이 연달아 개봉했다. 하지만 모두 쓴맛을 봤다. 소위 ‘쪽박’을 찬 작품은 없었지만, 성수기를 겨냥한 것 치고 큰 재미도 보지 못했다. 시장 규모는 한정적인데 큰 대작들이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하니 실익이 크지 않았다.
CGV 이승원 마케팅담당은 “올겨울에도 대작들이 많이 개봉한다. 개봉 시기를 조율하려고 노력했으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 아무래도 투자·배급사 입장에서는 많이 투자한 만큼 큰 시장에서 어필하고자 할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물론 여름 방학, 겨울 방학, 추석, 설 등 특정 시기 동시기 개봉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최소 1~2주의 여유를 두고 개봉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그 텀조차 짧아진다는 데 있다.
추석 대전에 임했던 한 제작사 관계자는 당시 “같은 시기도 아니고 같은 날 큰 예산의 영화가 개봉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개봉일) 격차는 있었고 그게 상도였다. 워낙 호시기지만, 이렇게 되면 다 죽는 꼴”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업계에서 성수기라 칭하는 시즌에 관객이 점점 감소한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추석 전후 일주일 관객수는 전년 대비 76.2%로 줄었다. CGV는 “총제작비 기준 투자가 많은 영화가 개봉했지만, 관객의 선택은 줄었다. 해외여행 등 휴가를 즐기는 대체재가 많다 보니 극장으로 오는 이들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극장 측에서 제시하는 방법 중 하나는 비수기 상영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비수기 개봉이 투자·배급사들에게 더 큰 이익을 줄 것이란 예측이다. 이승원 담당은 “오히려 큰 시장에 들어간다는 걸 포기한다면 비수기 시즌도 흥행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올해도 비수기를 노려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다수 있다. 4월에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곤지암’ 등이 개봉해 재미를 봤다. 5개년 평균 관람객은 1144만명에 불과하지만, 올 4월 최고 관람객은 1406만명으로 올랐다. 11월에는 ‘완벽한 타인’, ‘보헤미안 랩소디’ 등이 흥행에 성공했다. 12일 기준 ‘완벽한 타인’은 524만명, ‘보헤미안 랩소디’는 73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작품만 괜찮다면 개봉 시기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성수기와 비수기는 전체 관객수 자체가 다르다. 당장은 비수기 시즌에 큰 작품들을 내놓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jjy333jj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