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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몸으로 지내는 제사"…故윤소정 딸 오지혜가 잇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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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윤소정 선생 추모작, 딸 오지혜 같은 역으로 캐스팅
31일까지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신과 종교, 엄마와 아동학대. 시간이 흐르며 달라진 문화를 반영해 새로운 해석으로 찾아온 작품 '신의 아그네스'. 故 윤소정 선생을 추모함은 물론, 관객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도 선사한다.

'신의 아그네스' 공연 장면 [사진=벨라뮤즈]

박혜선 연출은 연극 '신의 아그네스'가 개막에 앞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양예술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을 통해 "1983년부터 한국에서 공연됐을 때는 종교적인 의미로만 해석한 것 같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인간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의 아그네스'는 미국 인기 희곡작가 존 필미어(John Pielmeier)의 작품으로, 강간으로 낳은 갓난 아이를 탯줄로 목졸라 죽인 수녀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다. 성폭력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세 명의 여선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박 연출은 "이번 공연을 통해 원작에서 담고 있는 의미를 더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사회적으로 아동학대가 대두된 지 얼마 안 됐다. 저도 어렸을 때 체벌이 하나의 교육방법이었고, 체벌과 학대의 차이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80년대에는 그게 더 심했을 거다. 지금은 문화도 달라졌고, 그래서 대본의 해석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전 작품들보다 신, 기적, 종교적인 부분이 덜 표현되고 인간의 심리적 요소, 상처받은 사람들의 모습을 더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번역을 바꾸거나 추가해서 대사를 넣은 건 없다. 단지 '엄마'를 얘기하는 뉘앙스가 달라진다. 앞선 공연에서는 엄마를 성모마리아처럼 신격화 시킨게 많았다. 신이 인간을 시험들게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저희는 엄마를 엄마로 봤다"며 "극을 해석하는 방향성이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원어의 의미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신의 아그네스' 오지혜 [사진=벨라뮤즈]

'아그네스'를 통해 삶과 신앙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원장 수녀' 역에는 배우 전국향, '아그네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서지만 무신론자인 '닥터 리빙스턴' 역에는 배우 오지혜가 캐스팅됐다. 특히 오지혜는 故 윤소정 선생의 딸로, 어머니가 맡았던 역을 맡는다.

전국향은 "작품을 하면서 윤소정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난다. 여배우 중에서 윤소정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던 배우는 없었을 거다. 제안이 들어왔을 때 흔쾌히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게 출연을 결정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오지혜는 "처음 추모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사실 아버지(오현경)를 더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연습을 하면서 결단코 흉내내지 않았는데 어머니의 제스쳐나 목소리가 나오더라. 이건 몸으로 지내는 제사, 탈상(脫喪)의 의미인 것 같았다"며 "같은 직업을 가진 딸로서 이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이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을 초청해 다시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고, 좋은 작품을 확인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작품의 주제와 지향성이 지금껏 공연됐던 '신의 아그네스'와 다르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사실 이미지 캐스팅은 어머니보다 제가 더 잘 어울린다. 연기 스타일이 어머니는 더 파워풀하고 감성적이라면 저는 매우 디테일하고 사실적"이라며 "추모공연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시행착오는 안 겪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조금 신경쓰이고 스트레스가 되기도 햇다. 누를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심적 압박감이 있긴 했지만 또 친정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신의 아그네스' 공연 장면 [사진=벨라뮤즈]

'아그네스' 역은 28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해 배우 송지언이 캐스팅됐다. 송지언은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히 기쁘고 영광이었다. 큰 책임감을 느끼면서 작품에 임하고 있다"며 "요즘 시대에 우리 각자에게 진정한 기적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지혜는 '신의 아그네스'에 대해 '미성숙한 어른들의 실패담'이라고 명명하며 "상처받은 젊은 아이를 종교와 과학, 둘 다 실패했다. 많이 사랑하기보다 잘 사랑하는게 중요하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추모와 관계 없이 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5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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