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생명, 소중함⑤] 상처뿐인 이별, 남겨진 사람도 괴롭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목격자들, 오랜 시간 지나도 잔상은 그대로...고통 반복
전문 센터 마련 시급…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동반돼야

[편집자] 자살예방은 지구촌이 안고 있는 공통과제다. 우리나라 역시 대응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한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1만명을 넘긴 지 오래다. 40분마다 1명, 하루 36명이 생명의 끈을 놓는 한국은 경재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 위기감이 고조된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을 지 모를 자살.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그 심각성을 짚어보고,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춘 예방법을 살펴봤다.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자살은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가족은 물론 시신을 목격한 경찰이나 수습한 119 대원, 투신자살 사고를 경험한 전동차 기관사 등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심한 경우,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떠난 사람뿐 아니라 남겨진 이들에게도 관심과 치유가 필요한 이유다. 

자살 유가족들은 갑작스럽고 예측하지 못한 가족의 죽음으로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이들을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이 많이 나요.”

A씨 동생은 1년여 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가족들은 지켜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 하다 이사를 결정했다. A씨는“매 순간 동생이 생각나지만 티를 내지 않을 뿐”이라고 울먹였다.

전문가들은 자살 유가족들의 심리 안정과 회복을 위해 주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은 “유가족들은 가족이 자살로 사망하면 큰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며 “너무 갑작스럽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울증, 불면증에 빠지거나 심지어 자살까지도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직업 상 자살을 목격하는 사람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열차 기관사가 대표적이다. 최근 지하철 투신 등 자살 추정 사고 건수는 감소세지만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김 모 기관사는 지난 2009년 성환역과 직선역 사이에서, 2013년 오산역에서 투신 사고를 겪었다. 첫 번째 사고로부터 10년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 해당 구간을 지날 때면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사고 지점에 근접하면 당시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린다. 보지 않고 듣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소소용없다”며 “승객이 이상 행동을 할 때, 작업 구간에서 작업자가 완전하게 대피하지 않았을 때 혹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 공포에 사로잡힌다”고 토로했다.

자살 현장을 보는 것이 괴롭기는 경찰도 마찬가지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형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죽음을 목격한다”며 “숱하게 그런 장면을 접하다 보면 트라우마가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게다가 이런 것들이 생활에 안 좋은 영향을 상당히 끼친다”고 말했다.

또 “20년 전 소복 같은 잠옷을 입고 목숨을 끊은 여인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몇 달간 꿈에서 망자가 나와 잠을 설쳤다. 한 달간 밥을 먹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괴로워했다.

목격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경우는 실제로 적지 않다. 김원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자 한 명으로 최소한 주변의 여섯 명이 큰 충격을 받는다”며 “보통 ‘왜 잘해주지 못했나’ ‘왜 막지 못했나’라는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자살 목격자들은 ‘남겨진 사람’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부에도 상담 센터가 있지만 활성화돼 있진 않다”며 “사실상 변사 현장을 오가는 형사들을 위한 장치가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그는 “트라우마 극복 센터가 있어야 된다. 선진국처럼 안 좋은 상황을 목격하는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심리 상담 센터가 꼭 도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 역시 “당시 센터를 알아봤는데 평일에 주로 상담을 지원하더라. 직장이 끝나고 가면 시간이 맞지 않았다”며 “상담을 받아도 뭐가 해소될 지도 모르겠고, 가족 일을 다시 꺼내야 하는 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목격자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김 기관사는 “기관사는 사고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보니 회사에서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남의 일이니까’라는 인식이 아직도 느껴진다. 자살 목격자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 같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자살도 결국엔 무관심 때문에 계속 늘어나는 건데, 이를 고치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은 “죽음은 잔상이 굉장히 오래 가기 때문에 목격자에 대한 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대리근무제 도입 등 기관 내부 시스템이 먼저 필요한 시점이다. 심한 경우엔 외부에서 도움을 주는 식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kmkim@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혜훈 "韓 경제, 회색코뿔소 상황"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가 29일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무시하고 방관했을 때 치명적인 위협에 빠지게 되는 회색코뿔소(Gray Rhino)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임시 집무실이 차려진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가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고물가 고환율의 이중고가 민생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12.29 choipix16@newspim.com '회색코뿔소'라는 용어는 미국 경제학자 미셸 워커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사용했다.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이 후보자는 "단기적 대응을 넘어서서 더 멀리 더 길게 보는 그런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며 "이런 맥락에서 기획예산처가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5대 구조적 문제점으로는 인구, 기후, 극심한 양극화, 산업 대격변, 지방 소멸을 꼽았다. 다만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발생한 '위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과 기획을 연동하는 방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기획과 예산을 연동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지출은 찾아내서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그런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게 하고, 그 투자는 또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런 전략적 선순환을 기획예산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후보자는 '현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별도로 (간담회 등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야당 정치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기획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12-29 10:00
사진
다시 '청와대'…李대통령, 오늘 첫 출근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부터 청와대로 공식 출근한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약 3년 7개월 만으로,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도 '청와대'로 다시 돌아간다. 이 대통령이 출근하기에 앞서 이날 오전 0시부터 용산 대통령실에 걸려 있던 봉황기가 내려가고 동시에 청와대에 게양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옛 국방부 청사인 용산 대통령실로 마지막 출근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부터는 청와대에서 집무한다. [사진=대통령실] 봉황기는 대통령 재임 중 상시 게양되는 국가수반의 상징이다. 우리나라의 국화(國花)인 무궁화를 가운데 두고, 상상 속의 새 봉황 두 마리가 마주 보는 문양이다. 봉황기는 윤석열정부 시절 한 번 하기된 바 있다. 올해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면서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출근함에 따라, 업무표장(로고) 역시 과거 청와대 것으로 돌아간다. 용산 시대가 저물고 청와대 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의 청와대 연내 복귀는 많은 해석을 낳는다. 새해부터 국민주권정부의 새 출발을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과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등의 사건이 벌어진 지난 정부와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 등이다.  청와대가 다시 문을 열면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통령 집무실이 여민관에 마련된 점이다. 청와대는 크게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본관' ▲비서관실과 수석실이 분산 배치된 '여민관 1~3동' ▲외빈 맞이와 행사를 갖는 '영빈관' ▲'대통령 관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 등으로 구성된다. 박근혜 정부까지는 대통령 집무실이 본관에 위치했다. 참모들이 근무하는 여민관과 500m 떨어져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참모진이 있는 여민관에 마련해 거리를 좁힌 바 있는데, 이 대통령도 여민관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과 여민관 집무실을 함께 쓴다는 방침이다. 주로 쓰는 집무실은 여민관이다. 여민관에서 일하는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참모진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다.  국가상징구역 종합계획도 [자료=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대통령 집무실이 '구중궁궐'이라는 비판을 듣는 청와대로 이전을 한 만큼 국민과의 소통이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도 이를 의식 중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 7일 "청와대 이전 후에는 대통령 일정과 업무에 대한 온라인 생중계 등을 더 확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청와대 시대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꾸준히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의 입지가 확정되기도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의 대통령 세종집무실 목표 준공 연도는 2030년 상반기다. 아직 목표만 세운 단계라 더 늘어질 수도, 더 당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 행복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조금 더 서둘러야 할 것 같다"며 공정 단축을 주문한 바 있어 준공 시기가 조금 더 앞당겨 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pcjay@newspim.com 2025-12-29 06:0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