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인턴기자 = 베트남 축구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베트남 영웅’ 박항서 감독이 한국 땅을 밟았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59)은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현지 항공사 사정으로 2시간 가량 연착됐지만 웃음을 지으며 취재진과 인사를 나눴다.

박 감독의 공식 인터뷰는 “많은 분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베트남 대표팀에 성원을 보내주셨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 감사드린다”는 인삿말로 시작됐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올해 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일궈낸 데 이어 사상 첫 아시안게임 4강에 진출하는 등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4강에서 한국에 패한 뒤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랍에미리트와의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박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베트남 체육부 장관님과 미팅을 했는데 당시 장관님은 예선만 통과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라며 “베트남 언론도 아시안게임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다행히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거스 히딩크 감독과 많이 비교된다‘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비교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베트남 축구에 발자취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이다”고 겸손해 했다.

박 감독은 대회 내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선수에게 직접 발마사지를 해주는 영상은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팀 내 의무진이 2명밖에 없다”라며 “경기 전 한 선수가 직접 마사지를 하고 있어 도와줬을 뿐인데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린 것 같다. 영상을 올린 선수를 많이 혼냈다”고 귀띔했다.

베트남 내에서는 박항서 감독과 연장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베트남 언론들은 연봉 3억원 수준인 박 감독의 대우가 너무 박하다는 기사도 냈다.

박 감독은 “선수들과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연봉 문제는 이미 계약이 되어 있는 부분”이라며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은 다음달부터 11월에 개막하는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스즈키컵) 준비에 들어간다.

박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도움을 받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흘 정도 전지 훈련을 하기로 했다”며 “K리그 기간이라 프로 1.5군 정도의 팀과 2차례 정도 비공식 경기를 치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즈키컵은 베트남 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라 기대가 크다”라며 “부담과 걱정이 되지만 선수들과 즐기면서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의 활약에 힘입어 해외 진출을 노리는 지도자들이 많아졌다는 질문에는 진심어린 조언을 남겼다.

그는 “어차피 도전에는 성공과 실패밖에 없다”라며 “던져봐야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도 의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지도자로서 새로운 느낌도 있어 도전해보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충고했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