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1억1300만달러를 투자한다는 구상을 갖고 이번주 동남아시아 순방길에 올랐지만, 중국 수출 기업의 중요 공급 체인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 국가를 만나 이 계획을 설득시키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주 초 홍보했던 1억1300만달러 기술과 에너지, 인프라 부문 투자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호했던 '인도·태평양' 정책의 첫 구체물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일대일로 계획을 통해 동남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금을 쏟아부은 중국과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동남아시아연구소의 말콤 쿡 선임 연구원은 "동남아는 1억1300만달러 계획으로 얼만큼 혜택을 얻을 수 있을지보다 미중 무역 긴장으로 인한 역류 효과를 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폼페이오는 설득하기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됐다"며 "미국에서 나오는 아시아를 위한 무역 스토리 중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인 마하티르 모하마드와 쿠알라 룸푸르에서 잠깐 만난 뒤 오는 3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로 이동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무역전쟁으로 동남아 국가 중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전 세계 무역 중심지다.
DBS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모든 수입품에 15~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경우 내년 싱가포르 경제성장률은 2.7%에서 1.2%로, 말레이시아의 내년 성장률은 5%에서 3.7%에서 내려갈 수 있다. 보도를 위해 연락했을 당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언급한 동남아 관리는 거의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관리는 아세안 회의가 그 비전에 대해 "명확성과 보다 통일된 입장을 갖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이렇게 경계하는 이유는 앞서 미국 때문에 곤경에 빠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당선되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피벗투아시아(아시아중심)' 전략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남아 4개국이 포함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발을 뺏다. TPP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무역 협정이다.
이로 인해 아시아에서 더 많은 국가가 중국의 영향권으로 들어가게 됐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입장을 완화하고, 인프라 개발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수십억달러를 빌렸다. 중국과 해양 주권 분쟁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필리핀이 중국에 좀 더 회유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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