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이슈에 현대건설 시총 현대ENG 앞질러
정의선, 합병 따른 실익 감소..기업공개 선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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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장기적인 지배구조 개편 방안으로 주목받았던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간 합병이 당분간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근 남북간 경제협력 이슈로 현대건설의 주가가 급등해 상대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입장에선 현대건설의 주가 상승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 됐다.
4일 건설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합병에 부정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합병이 검토되던 연초와 비교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 가치가 크게 달라졌다. 지난 1월 현대건설은 주당 3만5000원 안팎을 오르내렸다. 당시 시가 총액은 3조8900억원. 최근엔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면 현대건설의 일감이 많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주당 가격이 7만원 선으로 솟구쳤다. 시가 총액은 지난 3일 기준 7조7000억원으로 뛰었다.
반면 장외주식 거래시장인 제이스톡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 가격은 연초 65만~70만원에서 최근엔 7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가격을 적용하면 현 시가 총액은 5조6900억원이다. 연초에는 시가 총액에서 현대건설을 앞섰지만 반년새 시가총액 역전현상이 벌어진 상태. 이달에는 73.8% 정도다.
정의선 부회장 입장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 가치가 높아야 합병에 유리하다. 하지만 시가 총액이 역전된 상황에선 합병 비율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6660억원 수준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지분율은 4.68%다. 합병 비율이 애초 예상보다 높아지면 주식 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의 주식 가치를 높이고 양사의 체질 개선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병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플랜트 설계와 그룹 공사로 외형을 키워가다 최근엔 시공까지 맡는 종합 건설사로 변신하면서 현대건설과 업무 영역이 일정 부분이 겹친다. 최근 실적이 정체기 들어간 만큼 조직과 인력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합병이 이뤄지면 이러한 부분이 자연스럽게 추진될 공산이 컸다.
현대엔지니어링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입장에선 지분이 많은 현대엔지니어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원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분위기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합병 시기로 부적절하다는 분위기”라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다시 검토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합병하기보단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계동사옥 전경 [사진=현대건설] |
현대차 그룹의 비상장 회사 중 활용도가 가장 높은 계열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대주주는 현대건설(38.62%)이다. 이어 오너 일가 주식이 16.40%로 높다. 이어 현대글로비스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도 주요 주주다.
이렇다 보니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에 무게가 실린다. 정 부회장의 기업 승계를 완성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현대엔지니어링이 최대 자금줄로 평가된다.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이양작업이 시작되면 양도소득세를 포함해 정의선 부회장이 마련해야 하는 자금은 6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6000억원대 지분 가치가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많은 셈이다.
독자적인 기업공개는 현대건설과의 합병비율 산정을 둘러싼 잡음도 피할 수 있다.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국내 대형 증권사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회상장보단 상장 절차가 까다로워 현금화까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현대차 지배구조 개선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나 합병은 최우선 고려 대상은 아니지만 정 부회장이 원활한 기업 승계를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활용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며 “현대건설의 주가 상승, 합병비율 논란 등을 고려할 때 지금으로선 합병보단 자체적인 기업공개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