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암 환자의 게놈(모든 유전 정보)을 조사해 치료에 활용하는 ‘암 게놈 의료’가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일본 전국 100곳 이상의 병원에서 암 게놈 의료를 시작했으며, 국립암연구센터가 게놈 의료에 관한 정보를 집약하는 관리 센터를 지난 1일 개설했다.
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바(千葉)현 후나바시(船橋)시에 거주하는 우키타 가즈노부(浮田一信· 60세)씨는 국립암연구센터 중앙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이 앓고 있던 폐암의 치료법을 발견했다.
병원에서는 우키타씨의 암 관련 유전자를 고속으로 해독하는 장치를 사용해 100종류 이상의 암 관련 유전자를 한 번에 조사하는 ‘유전자 패널 검사’를 실시, 암의 증식에 관계하는 유전자 ‘RET’의 변이를 발견했다.
폐암 환자의 1% 정도에서만 나타나는 이 유전자 변이에 효과가 있는 약을 먹자 3주 후에는 기침과 통증이 줄어들고 가슴에 고인 물도 줄어들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유전자 패널 검사 경험이 풍부한 중핵 거점 병원 11곳과 전국 100여개 관련 병원을 통한 치료 체제가 정비되면서, 지난 4월부터 암 게놈 치료가 본격 시작됐다. 또 국립암연구센터가 이달 1일 ‘암 게놈 정보관리센터’를 개설했다.
이렇게 모은 각 병원의 임상정보를 새로운 치료나 진단법 개발 등에 활용할 계획에 있어, 지금까지 수술이나 약물치료 등 ‘표준치료’를 통해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표적이 되는 유전자에 작용하는 약이 모두 집약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꿈의 신기술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임상시험에서도 검사를 통해 50%의 환자에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지만, 효과가 기대되는 약을 투여할 수 있었던 환자는 10% 정도였다. 증상이 개선된 환자는 더욱 적었다.
국립암연구센터 중앙병원의 야마모토 노보루(山本昇) 첨단의료과장은 “표준치료에서 효과가 없는 환자의 10%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치료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또 패널 검사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 60만엔(약 600만원)에 달하는 검사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내년 4월 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보험 적용으로 검사를 받는 환자가 늘어나면 질 높은 데이터가 모아지고, 효과가 높은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서 암 게놈 의료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후생노동성은 내년 4월 보험 적용도 시행할 방침이다.[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 유전자 정보의 제공 여부 찬반 논란
유전자 검사에서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유전성 암 발병 위험성이 높은 유전자 보유 여부를 판명할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암 발병 위험성이 높은 유전 정보가 결혼이나 취직, 보험 가입 등에 있어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에는 유전성 암의 위험성에 관한 정보 제공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 정보를 어디까지 환자에게 전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의사에게 달려 있다. 유전성 암이 판명되더라도 환자나 가족에게는 학회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된 ‘모르고 있을 권리’가 있다.
이에 후생노동성은 올해 안에 유전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방법에 관한 기본 방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등의 초당파 의원연맹도 유전 정보에 의한 차별을 방지하고, 관련 상담이 가능한 인재 육성을 위한 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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