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중국 자본 동남아 부동산 투자 역대 최고치
저렴한 투자원가, 높은 투자 수익률, 낮은 부동산 세율, 일대일로 영향
[타이베이=뉴스핌] 강소영 기자= 중국 자본의 동남아시아 부동산 투자가 최근 몇 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과거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선호하던 중국 투자 자본이 동남아시아로 선회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16년 3분기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해외 부동산 투자국이 됐다. 그간 영국, 캐나다, 미국 및 호주 등 선진국 시장에서 중국 부동산 투기 자본의 '맹위'는 전 세계 각지 언론에서 여러 차례 소개가 되곤 했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자본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투자 목적지를 동남아 국가로 변경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미국의 부동산 컨설팅 기업 컬리어스인터내셔널(Colliers International)에 따르면, 외자 유출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2017년 중국에서 해외 부동산 시장으로 빠져나간 돈은 역대 최고 수준인 395억 달러에 달했다. 2016년보다 8%가 늘어난 금액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34%나 늘어난 125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 자본이 집중된 지역은 홍콩, 일본 및 싱가포르와 기타 동남아 국가다.
아시아 지역 가운데서도 동남아시아에 대한 투자액은 25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6년보다 무려 4배가 늘어난 수치다. 동남아시아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싱가포르로 2017년 중국의 동남아시아 부동산 투자 자본의 84%에 달하는 21억 달러가 이 지역으로 흘러들어갔다.
싱가포르 다음으로 인기있는 지역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로 각각 2억4600만 달러와 1억6900만 달러의 중국 자본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 외에도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도 중국인 부동산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동남아시아 부동산 시장에서 중국인 투자자들의 '활약'은 외국 매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영국 BBC는 중국 자본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베트남 냐짱(나트랑)의 시황을 소개했다. 최근 중국인 투자가 늘어난 탓에 냐짱의 한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40%가 넘게 올랐다고 보도했다.
영국 부동산 정보 업체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도 2017년 상반기 중국이 아시아 지역 부동산 시장의 최대 외국 투자국이 됐다고 밝혔다. 아시아 지역 가운데서도 태국의 방콕과 푸껫, 베트남의 하노이, 싱가포르, 캄보디아 프놈펜 등 동남아 국가에 중국 자본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 동남아의 매력, "저렴한 투자원가, 높은 투자 수익률, 낮은 부동산 세율과 일대일로 정책"
최근 중국 자본의 동남아 부동산 투자 확대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정책에 따른 중국 국가 정책의 영향과 중국 중산층의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중산 계층이 늘어나면서 재테크의 수요가 늘었고,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부동산이지만, 투기 규제로 중국 국내 부동산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동남아시아 지역 부동산은 유럽 등 선진 시장보다 가격은 저렴한 반면 투자 수익률이 높고, 휴양과 거주 환경이 모두 우수하다는 장점에 중국인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해외 부동산 투자 서비스 플랫폼 와이팡왕(外房網)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부동산 가격이 280만 위안(약 4억 7000만원)이지만, 동남아시아 지역의 부동산은 이보다 훨씬 저렴하다. 심지어 중국 대도시보다 가격이 낮아서 동남아시아 투자에 눈을 돌리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
태국 방콕의 경우 60만 위안으로 실내 인테리어가 완비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쿠알라룸푸르도 제곱미터 당 3만위안 수준에서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다.
동남아 부동산은 가격은 저렴한 반면 투자 가치는 유럽과 미국 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지만, 동남아시아 국가의 부동산 가격은 향후 큰폭으로 상승할 여지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일례로 말레이시아는 정부가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인프라 확충과 관광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어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부동산 가격 수준은 전 세계 99위에 불과하지만, 투자회수율은 9위로 매우 높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낮은 부동산 관련 세율도 중국인의 투자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호주 빅토리아주는 2017년 7월 1일부터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세율을 3%에서 7%로 인상했고, 캐나다의 부동산 거래세율은 15%에 달한다. 그러나 태국의 경우 부동산 취득세율은 2%로 매매 당사자 양측이 절반씩 부담한다.
양도소득세율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태국은 보유 5년 내 물건에 대해 4.3%, 5년 이상의 경우 1.5%의 세율을 부과한다. 반면 캐나다 밴쿠버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15% 달하는 양도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의 대외확장 국가 정책인 일대일로도 중국 부동산 투기자본의 동남아 행을 자극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중국 일대일로 해상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으로, 중국 정부와 기업은 동남아시아 각국과의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동남아시아 부동산에 관심을 두는 중국인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컬리어스인터내셔널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위안화 가치 상승의 영향, 그리고 일대일로의 그랜드 전략 아래 향후 5년간 대규모 중국 자본이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