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귀엽고, 사랑스럽고, 때때로 카리스마 넘치고, 한없이 인간다운 젤리클 고양이들이 찾아온다. 전세계가 사랑하는 명작 뮤지컬 '캣츠'가 마치 꿈과 환상 속을 넘나드는 듯한 무대를 눈 앞에 펼쳐 놓는다.
무려 30년간 전세계 관객의 사랑을 받은 명작 뮤지컬 '캣츠'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마지막 앙코르 공연 중이다. 고양이 한 마리마다 지닌 매력적인 개성과 서사, 아름다운 넘버, 장르를 넘나드는 완벽한 합의 군무가 환상적인 젤리클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놀랍게도 '캣츠'에는 인상적인 스토리텔링이나 구체적인 사건, 서사가 없다.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 젤리클 고양이들을 한 마리씩 소개하고 그들의 개성과 살아온 여정을 넘버로 풀어 전달한다. 각 고양이들의 에피소드를 줄줄이 나열하는 방식의 한계를 완벽한 군무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으로 메웠다. 30년에 걸친 '캣츠' 오리지널 공연의 노하우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1년에 한 번, 젤리클의 밤에 축제가 열리고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고양이들은 누가 보아도 너무도 사랑스럽다. 객석은 다음엔 어떤 고양이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저절로 기대하고 설렌다. 호기심 많은 청개구리 고양이 '럼 텀 터거', 아름다움과 빛을 잃은 고양이 '그리자벨라'를 비롯해 모든 고양이들의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캐릭터가 관객들을 저절로 울고, 웃고, 감동하게 만든다.
특히 '캣츠'에는 뚜렷한 주연과 조연, 앙상블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는다. 국내에서 주로 만나는 뮤지컬과는 꽤 다른 양상이다. 몇 명의 주역과 그 이름값에 기댈 필요 없이, '캣츠'라는 작품의 브랜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무대에 오르는 모든 배우가 주역인 동시에 앙상블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순간, '뮤지컬 배우'라는 이름이 온전히 빛나는 느낌이다.
누구나 아는 '캣츠'의 명 넘버, '메모리'가 그리자벨라의 입에서 흘러 나올 때 객석의 감동은 절정에 다다른다. 한국어로 번역된 채로도 아름답고, 모두의 추억을 자극하는 가사의 힘은 여전하다.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나보낸 뒤 초라하게 변한 그리자벨라가 눈물로 노래할 때, 관객은 자연히 그가 선택받아 천상으로 가게 될 한 마리의 고양이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이제는 모두가 알 만한 뮤지컬 '캣츠'의 묘미가 또 있다. 더없이 사랑스러운 젤리클 고양이들이 틈만 나면 객석으로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인터미션 때는 거대한 털코트를 입은 젤리클 지도자, 올드 듀터로노미가 관객들을 따뜻한 포옹으로 맞아준다. 모든 뮤지컬적 요소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진부한 몇몇 흥행 공식에서 벗어난 뮤지컬 '캣츠'. 과연 명작 중에 명작답다. 마지막 앙코르 공연은 오는 2월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클립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