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인터뷰] '멘탈 트래블러' 이대웅 연출 "우리는 지금 인간답게 살고 있나요?"

기사입력 : 2017년12월15일 17:08

최종수정 : 2017년12월15일 17:08

[뉴스핌=글 황수정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믿기지 않아요. 괴랄한 작품이라... 관객이 어떻게 볼지 잘 예측이 안 되네요."

첫 공연이 끝나고 다음날 마주한 이대웅 연출가는 피곤해 보이지만 상기된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약 2년 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랐기에 감회가 남다를 터. 조심스러운 반응이었지만 그래도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은 묻어났다.

우란문화재단(이사장 최기원)과 프로젝트 만물상(연출 이대웅, 음악 옴브레, 조연출 한아름)이 2년간 의기투합해 개발한 환상음악극 '멘탈 트래블러'는 소설가 존 가드너의 소설 '그렌델'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 '그렌델'은 영웅 '베오울프'에게 죽음을 당하는 괴물로, 소설에서는 그렌델이 왜 괴물이 되었고, 사람들을 죽이는지 내면에 대해 다룬다면, '멘탈 트래블러'는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제3의 시선에서 이들을 바라보고 또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렌델을 모티브로 시작해 '21세기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다시 그렌델을 봤어요. 존 가드너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느꼈던 지점들을 지금의 시점으로 가져오면 어떨까 싶었죠. 그가 바라보는 시선이 특이했거든요. 21세기 들어서 괴물이 아이콘화 되고 있어요. 인간답지 않은 세상이다보니 다른 존재를 데려와 인간을 빗대고 있는 거죠. 책을 읽다보니 너무 어려워서 어떻게 구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부분을 걷어내고,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작품은 영화 예고편을 만드는 회사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본편보다 재미없는 예고편 '그렌델'을 만든 박PD가 예고편에 지나치게 몰입하면서 자살한다. 유서에 이름이 언급된 구인턴이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 담긴다. 이를 통해 평범한 사무실 구성원들의 심리적 변화와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지 살펴보고, 인간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허무함, 무력함, 고립된 자아의 울부짖음 등이 그려진다.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요. 거기서 존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삶의 가치는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특히 '이름'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 타인에게 불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타인에게 불려야만 내가 존재하는 거죠. 출근길 지하철이나 만원 버스를 타면 타인과 엄청 가까이 접촉해 있지만, 이름도 모르고 정보도 없고 꼭 마네킹 같아요. 차갑죠. 현대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삶의 일정 부분을 포기하고 사는데, 생각보다 불행한 것 같아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극중 '괴물은 오해로 만들어진다'는 대사가 있다. 이는 존 가드너의 소설에도 나오는 문구. 이대웅 연출은 이를 통해 21세기 현대의 괴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관객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사실 괴물은 자기혐오를 하는 존재에요. 21세기에서 괴물은 즉, 자기혐오는 타인의 시선, 편견 때문에 생기는 것 같았어요. 오해와 편견을 통해 만들어지는 괴물은 사실 아름다움으로 종결시킬 수 있어요. 아름다움이란 용기, 지혜, 사랑 등 매우 포괄적인 단어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자기희생'을 들 수 있죠.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극중 인물의 자기희생을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극을 본 관객만 알아요."

이대웅 연출은 기존의 소설이나 작품에서 벗어나 그 이면, 인물의 뒷이야기를 상상하고 만들어낸다. 그는 "보이는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라이브 음악을 함께 하며 무대에 생동감을 더하는 것도 특징이다.

"야사나 비화, 이런 걸 좋아해요. 대본이 있고 정해진 대로 공연을 하는 논법에서 벗어나 여기에 의심을 품는 거죠. 그랬을 때 제 색깔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야기의 원형을 추적해서 사람들이 몰랐던 점을 찾아내는게 재밌어요.(웃음) 음악은 무대를 더 풍성하게 채워줘요. 스피커보다는 라이브가 확실히 느끼는 바가 크죠. 함께 하는 뮤지션들도 연주만 목적이 아니라 예술 퍼포먼스를 완성하는데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 공연 안에서 큰 역할을 하시죠."

극단 여행자의 연출인 그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 중인 옴브레, 신예 연출 한아름과 프로젝트 그룹 '프로젝트 만물상'으로 활동 중이다. '만물의 상을 맺히게 하다'는 뜻으로, 공연 문법의 경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보고자 노력한다. 주제 선정부터 자료조사, 준비, 공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하는 '디바이징 시어터' 방식을 추구한다.

"제로(0)에서 함께 시작하는 거죠. 작가,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구성을 짜고, 노래를 만들면 그걸 기반으로 장면을 구성하고, 점차 과정을 밟아가면서 저희 색깔의 문법이 나와요. 이런 과정 자체가 연극같다고 느끼기도 하죠. 저는 아직 아날로그 감성이 좋은 사람이에요. 연극은 아직까지 가장 아날로그 감수성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시대에 역행하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것, 그걸 찾아내서 관객들에게 어떤 상을 맺게 만드는게 '프로젝트 만물상'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환상음악극 '멘탈 트래블러'는 오는 18일까지 서울 용산구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글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딥시크 부당하게 데이터 수집했을 수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부당하게 회사의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 기술로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자체 시스템에 비슷한 기술을 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서 훈련에 사용되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은 흔하지만, 오픈AI는 서비스 약관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픈AI의 시스템이 생성해 낸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픈AI의 리즈 부르주아 대변인은 NYT에 보내 이메일에서 "우리는 중국의 조직들이 미국 AI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디스틸레이션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한 방법을 사용해 활발히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딥시크가 부적절하게 우리 모델을 디스틸레이션 했다는 징조를 검토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지난주 R1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믿어온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는 R1 모델 개발에 단 2개월의 시간과 6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소요됐다고 밝히며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무색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개발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 나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딥시크가 도난당한 미국 기술과 첨단 미국 반도체를 활용해 저렴하게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미국 표준과 유사하게 글로벌 표준을 창출하기 위한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 챗GPT와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8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5-01-30 03:07
사진
여야, 설 이후 전력망법 등 입법 본격화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설 연휴 이후 국회의 민생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여야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산업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여객기 참사 특위)'와 국정협의회 등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고 있다. '푸른 용의 해' 우리는 더 높게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4·10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등 물가 상승까지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쉴 틈 없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기운으로 우리 모두가 꺾이지 않고 희망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서울달에서 바라본 국회 모습. 2024.12.31 mironj19@newspim.com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첨단산업 에너지 3법(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해상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에 합의했던 법안이 있다"며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법안 63건 중 본회의에서 통과된 게 24건이고, 나머지 법안 39건은 아마 더불어민주당도 합의 처리하는 데 특별한 그것(이견)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던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에너지 3법과 함께 '미래 먹거리 4법'으로 불리는 반도체산업 특별법은 '주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초 토론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국회 특별위원회도 활동을 이어간다. 여객기 참사 특위는 오는 2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야는 국정협의회 가동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마련된 국정협의회는 지난 9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참석자 및 공식 명칭 등을 확정했다. 협의회 참석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4명이다. 그러나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의회는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정협의회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야가 설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설 경우 협의회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정부-국정협의체 실무협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2025.01.09 pangbin@newspim.com rkgml925@newspim.com 2025-01-29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