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기자 ] 경영권 방어조치 강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은 결국 해를 넘길 공산이 커졌다. 재계는 개정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경영권 불확실성이 커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장기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지난달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단 한차례 법안심사후 추가 논의는 올스톱된 상태다.
재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지배구조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속에 개정안이 보완책으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장기투자를 가능케 하는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경영권 안전장치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개정안의 처리여부는 불투명하다. 12월 임시국회는 오늘부터 23일까지 열리는데, 정치 현안인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이 여야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개정안은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다.
권성동 의원측은 "일몰이 다가온 섀도보팅 관련한 논의는 일부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나 나머지 상법 개정안은 연내 추가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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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장 /이형석 기자 leehs@ |
◆지배구조 규제 강화 추세.. 보완입법 반드시 필요
차등의결권은 1주당 1의결권이 아니라 경영진이나 최대주주,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한 사람 등 일부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재계는 이를 통해 경영권 방어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을 낮추는 대신 장기 전략에 기반한 투자나 고용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영권 안정으로 상호출자나 순환출자 해소에도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30개국 중 20여개국은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IT기업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이 대표적이다.
재계는 기업 경영권이 불안하면 단기 주가 관리에 치중하면서 장기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일자리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경우 향후 3년간 29조원의 현금 배당에 나선 것도 '외국인 주주 달래기' 차원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는 섀도보팅 폐지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조항이다.
섀도보팅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의 의결권을 참석한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정하는 제도다. 의결 정족수 부족을 피하기 위해 도입했는데 오는 31일이 일몰 시한이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의걸권이 제한된 주식을 발행주식총수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도 올라와 있다
◆'자사주 마법' 제한 법안도 법사위 계류 중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만 있거나, 없어서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제도들이 있다"며 "글로벌에 역행하는 기업정책은 경쟁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단기적 경영에 집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계는 상법 개정안 중 회사 인적분할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 이른바 '자사주 마법'을 금지하는 법안(박용진 의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법안 통과사 지주회사 전환이 어렵게 된다는 점에서다. 재계는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를 배정한다고 해서 최대주주의 지주회사 지분율이 강화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법사위 전문위원도 검토의견을 통해 "분할되는 회사의 자기주식은 지배주주 개인의 주식과 다른 개념이므로 회사 지분을 당연히 그 지배주주의 개인 지분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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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尹 서울구치소 CCTV 열람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감 중 특혜 제공 여부와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 당시 서울구치소 폐쇄회로(CC)TV를 열람하기 위해 현장검증에 나섰다.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와 수감 특혜 의혹 등을 점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1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와 수감 특혜 의혹 등을 점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2025.09.01 jeongwon1026@newspim.com
김용민 의원은 "국민의힘은 오늘 현장검증이 '망신주기용'이자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검증 절차에는 참여하지 않고 뒤에서 정치적 언사만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의원 불참에 유감을 표했다.
김 의원은 "오늘 검증해야 할 사안은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에서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며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구치소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는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할 것"이라며 현장검증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전현희 의원도 "CCTV를 열람하는 것은 윤석열에 대한 망신주기 목적이 아니다. 중대 범죄자의 체포영장 거부라는 법치주의 파괴 행태와 구치소 측의 특혜는 없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함이다"며 "법치주의를 바로세우고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의 일환인 현장검증에 국민의힘이 자리를 비운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치를 무시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연출하는 등 수사방해를 일삼고 있다"며 "오늘 현장검증을 통해 특혜 및 수사방해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수용규칙 위반 등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구치소 측에 8월 한달 간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 접견 횟수와 구치소 내 변호인 접견방 개수, 변호인 접견 규정 일체 등의 자료를 요청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과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변호인 접견 관련 자료와 윤 전 대통령의 총 접견 시간 및 인원 등 통계 자료를 요구했다.
jeongwon1026@newspim.com
2025-09-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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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화랑담배] 제1회 산세타령
변상문의 '화랑담배'는 6·25전쟁 이야기이다. 6·25전쟁 때 희생된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고, 그 위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제목을 '화랑담배'로 정했다.
[자료= 인공지능 AI 이미지]
판소리 춘향가에는 '산세타령'이라는 눈대목(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이 있다. 방자가 춘향이에게 이몽룡의 사람됨을 각 지방 산세에 비유하며 설명하는 대목이다.
방자가 춘향이에게 "여보게 춘향이! 낭군을 얻으려면 뚜렷한 서울 양반 낭군을 얻지. 아, 어찌 시골 무지랭이를 얻으려는가?" 했다. 이에 춘향이가 "미친 녀석! 낭군도 시골 서울이 다르단 말이냐?"하며, 방자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이불 개듯 개어 방자 귀에 쑤셔 넣었다. 방자는 "하믄 다르지야. 인걸은 지령이라. 사람이 하는 것은, 산세 따라 나는 법이여. 내가 우리 도련님 성품을 이를 테니 잘 들어 보소. 경상도 산세는 산이 웅장 허기로 사람이 나면 정직하고. 전라도 산세는 산이 촉(비옥함)하기로 사람이 나면 재주가 있고. 충청도 산세는 산이 순순하기로 사람이 나면 인정이 있고. 경기도 올라, 한양 터 보면 천운봉이 높고 백운대 섰다. 삼각산 세 가지 북주가 되고 인왕산이 주산이요, 종남산이 안산인디 동작이 수구를 막았기로, 사람이 나면 선할 때 선하고 악하기로 들면 별악지상(別惡之象)이라."
서울 남산 아래, 선할 때 선하지만 악하기로 들면 별악지상(別惡之象)인 땅. 그곳이 지금의 용산기지다. 이몽룡이 장원급제하고 남원골 춘향이를 만나러 간 길도 남대문-용산고-용산기지 23번 게이트-한강나루-남태령-과천 길이다.
용산은 용산구 효창공원 일대와 원효로 서쪽 일대 구릉지대를 말한다. 한강을 따라 서쪽으로 흐르는 구릉이 마치 용이 꿈틀대는 모습이어서 용산이라 불렀다. 대통령실이 들어선 국방부, 합참 지역의 구릉은 둔지산(屯之山)이다. 조선시대 때 직업군인 집단 거주 마을이 있었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는 일본군 병참기지로, 병자호란 때는 청나라군 후방지휘소였다. 임오군란 때는 흥선 대원군이 용산기지 캠프 코이너에서 청나라로 납치돼 갔다. 용산고 앞에서 청나라군과 조선군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1894년 7월 청일전쟁이 터졌다. 일본군 소장 오시마가 이끄는 8000여 명의 일본군이 용산기지에 주둔했다. 조선총독부, 조선주차군사령부가 용산기지에 터를 잡았다. 부대 정문은 용산역 맞은편 아모레 퍼시픽 건물과 용산우체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200m 정도 들어가면 나오는 문이다. 어김없는 별악지상(別惡之象) 땅이었다.
1950년 6월 25일 01:00 용산기지 내 육군본부 상황실에 전화벨이 울렸다. 당직 장교 작전국 대위 조병운이 수화기를 들었다. "충성! 옹진반도 제17연대입니다. 현재 시간 국사봉 북쪽 능선으로 병력 미상의 북한군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03:00 또 전화벨이 울렸다. "충성! 문산 제1사단입니다. 북한군이 구화리에서 도하용 주정(舟艇)을 운반하고 있습니다" 03:30 또 전화벨이 울렸다. "충성! 의정부 제7사단입니다. 적 포탄이 전 진지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창밖에는 태풍 엘시가 비를 뿌리고 있었다. 육군본부 정보국 당직 장교 중위 김종필은 정보국장 장도영 대령에게 "전 전선에서 북한군이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전군에 비상을 내려야 합니다. 국장님께서 빨리 상황실로 오셔야겠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용산기지가 또다시 별악지상(別惡之象)의 땅이 되고 있었다.
/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2025-09-01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