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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1년, 달아오른 주가와 표류하는 공약

기사입력 : 2017년11월09일 05:16

최종수정 : 2017년11월09일 05:16

S&P500 지수 21% 상승..전세계 시가총액 26조달러 증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5대 대선에서 의외의 승리를 거둔 지 꼭 1년을 맞으면서 금융시장과 경제, 정치적 성과에 주요 외신들의 앵글이 집중됐다.

이른바 트럼프 랠리라는 신조어에서 보듯 대선 이후 뉴욕증시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바이두>

하지만 정작 주가 상승의 빌미를 제공한 주요 공약들은 1년간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선 직전 2140선에 거래됐던 뉴욕증시의 S&P500 지수는 8일(현지시각) 2590선까지 상승, 1년 사이 21%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금융주부터 방어주, 인프라 섹터 및 총기류에 이르기까지 뉴욕증시는 섹터간 로테이션을 거듭하며 강력한 상승 열기를 연출했다.

뉴욕증시의 강세는 글로벌 증시로 확산, 전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26조달러 불어났다.

경제 성장률은 어땠을까. 올해 1~3분기 미국 경제의 성장률은 연율 기준 2.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년간 같은 기간 평균치인 2.3%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용 지표를 앞세워 미국 경제가 자신의 취임 후 호조를 이루고 있다며 트위터를 통해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지만 의미 있는 성장 향상을 이뤄냈다고 보기는 어려운 성적표다.

뿐만 아니라 경기 부양을 위한 카드로 제시했던 주요 공약들이 대부분 표류하고 있어 오바마 행정부가 이뤄낸 펀더멘털에 새로운 동력을 보탰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공약 이행 차질의 대표적인 사례는 헬스케어 개혁안이다. 이른바 오바마케어(ACA, 국민건강보험법)을 폐지하고 이를 ‘트럼프케어’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은 공화당 상원의 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좌절됐다.

멕시코 국경 지역의 장벽 건설 역시 오리무중이다. 최근까지 국토안보부가 장벽 건설의 구체안들을 놓고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가운데 의회는 건설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해답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

미국-멕시코 국경 <출처=블룸버그>

NBC 뉴스를 포함한 일부 외신들은 공화당 지도부가 더 이상 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확보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1조달러 규모의 천문학적인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역시 투자자들의 성장 기대를 부추겨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대한 진전된 계획을 내놓은 지 오래다.

소위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앞세워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한편 제조업 경기를 살리겠다는 약속도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가운데 10월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약 27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올들어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 규모는 2735억달러를 기록했다.

취임과 동시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불공정한 교역을 바로잡겠다던 엄포는 이미 투자자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화당이 제시한 세제개혁안이 성장 기대감을 재점화했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법인세 인하 폭이 현행 35%에서 20%로,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했던 15%에 미치지 못한 데다 모기지 이자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포함해 오히려 기존의 세제보다 강화된 부분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또 이번 세제개혁안이 의회를 최종 통과하는 시점을 점치기 어렵고, 원안 그대로 실행될 것인지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밖에 북한의 핵 프로그램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사안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 북한의 핵 위협을 좌절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북한은 이를 비웃듯 십여 차례에 이은 미사일 테스트와 역대 최대 핵실험을 강행했다.

한편 역대 최저 지지율로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민심을 얻지 못했다. 최근 CNN이 실시한 지지율은 36%로 최저치를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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