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이유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터지는 눈물 '서편제' 

기사입력 : 2017년09월09일 10:00

최종수정 : 2017년09월11일 09:11

뮤지컬 배우 차지연, 김재범이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서편제' 프레스콜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뉴스핌=양진영 기자] 뮤지컬 '서편제'가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한으로 승화시키는, 한국인들의 정서를 제대로 자극한다. 우리 모두는 극단적인 송화의 운명 속에서 발버둥치는 스스로를 보고 느끼고 눈물을 터뜨린다.

김문정 음악 수퍼바이저, 윤일상 작곡가 등 내로라하는 제작진들과 이자람, 차지연, 이정열, 서범석, 강필석, 박영수, 김범석 등 최고의 배우들로 이미 명성이 자자한 '서편제'. 실제로 만나본 무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쏟아내며 객석의 진을 다 빼놓았다. 단순한 감동이나 공감을 넘어, 우리의 삶을 살아내며 쌓인 해묵은 감정들이 이유없이 터져나오는 눈물에 섞여 구석구석 씻겨 내려가는 듯 했다.

◆ '서편제' 송화와 동호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차지연의 '소리'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늙어버린 채로 동호(강필석)와 송화(차지연)가 다시 만난다. 이 장면은 마지막에도 반복되며 객석의 이해를 돕고 여운에 깊이를 더한다. 눈이 멀어버린 송화 앞에서 북을 치는 동호. 마치 소리를 놀이로 즐기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 매 회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드는 '서편제'의 힘은 아역부터 성인 송화와 동호, 늙어서 다시 만난 둘의 긴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어머니를 잃은 동호에게 '살다보면, 살아진단다'고 노래하는 어린 송화 역의 아역과 차지연의 호흡은 극 초반일 뿐인데도 관객들의 울컥한 감정을 건드린다. 노래 가사 자체에도 현실에 지친 모두에게 와닿는 넓은 의미의 위로가 담겨 있다. 아역과 차지연의 담백한 목소리로 시작된 노래는 클라이막스에서 시원하게 터뜨리는 고음과 감정으로 마음을 뻥 뚫어주는 듯 하다. 

차지연의 열연은 매순간 관객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든다. 특히 유봉이 송화의 눈을 멀게 하고, 찢어질 듯 울부짖는 순간에는 그 절망감이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는 모두에게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감정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고, 송화의 기구한 운명과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극 후반에는 송화가 무대에서 걷기만 해도 객석에선 눈물이 멎지 않을 지경이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서편제' 프레스콜에서 출연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강필석이 연기한 동호는 '서편제'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어머니의 죽음과 절망, 누이인 송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감정, 유봉과 갈등을 겪어내면서도 힘 있게 중심을 잡으며 무리 없이 동호 역을 연기해냈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이렇게나 많은 서양음악(?)이 나올거라 기대한 관객은 많지 않을 듯 하나 송화와 동호의 대비되는 인생을 보여주기엔 효과적이었다. 갑작스레 유봉의 죽음을 맞는 신은 한참을 보고 있어도 무슨 장면인지 알 수 없었지만, '서편제'는 판소리극이 아닌 판소리를 소재로 하는 뮤지컬로서 배치와 구성이 잘 이루어진 편이었다. 

◆ 형언할 수 없는 감정과 이유없이 터지는 눈물, '서편제'와 유봉의 교훈

극 초반 어린 동호와 동호 어머니의 사연과 넘버부터 객석은 눈물바다가 된다. 자유를 갈망했지만 자식 때문에 묶여버린 어머니의 운명. '서편제'에서 스스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실천하는 사람은 송화와 동호 어머니가 아니라 송화 아버지 유봉(서범석)과 동호다. 양 측의 대비되는 운명이 어쩌면 여전히 씁쓸한 현실을 곱씹게 한다.

'서편제'의 원작자 故이창준은 별 거부감 없이 현실을 담아냈으나 현재의 관객들은 서편제를 보며 알 수 없는 거부감을 느낀다. 유봉은 불멸의 의지를 가졌고, 송화를 통해 소리의 완성이라는 꿈을 이루려 하지만 그 과정은 한없이 일방적이고 이기적이다. 송화, 동호의 의견과 진심, 고통은 중요하지 않다. 극 중 유봉은 상대의 마음이 어떠할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인물로 보인다. 자식에게 맹목적으로 원하는 것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한국적 어른의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뮤지컬 배우 이정열이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뮤지컬 '서편제' 프레스콜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심지어 유봉은 소리에 집중하지 못하는 송화의 두 눈을 일부러 멀게 한 비정한 아버지다. 서열 권력을 가진 이의 맹목적인 가치 추구가 주변인을 얼마나 고통으로 몰아넣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개인의 행복보다 더 큰 어떤 가치가 있다 한들, 누군가를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희생시킬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소리의 완성을 이루었다 해도, 결국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모든 것을 잃은 송화의 삶이 과연 행복했을까. 송화가 부르짖는 '살다보면, 살아진단다'는 메시지는 교훈일 수 없다. 그저 체념하고 포기한 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낸 대가로 소리를 얻은 것 뿐이다.

두 눈이 멀고, 의탁할 곳도 없이 정처없이 떠돌며 소리의 완성을 이룬 송화. 명창의 자리에 올랐으나,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마지막에 온 몸을 다해 토해내는 심청가에서 절로 느껴지는 한스러움에 관객들은 속수무책으로 눈물이 터진다. 누구도 송화만큼은 아니지만 때로는 끔찍한 운명을 끌어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유봉과 달리 우리는 송화에게 공감할 수 있고, 조금 더 나아진 현실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이 '서편제'의 교훈이 아닐까. 오는 11월 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출구조사 이재명 51.7·김문수 39.3%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51.7%로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39.3%에 그쳤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7.7%였다.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orea Election Pool·KEP)는 3일 오후 8시 공동 예측(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KEP는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와 한국방송협회가 소속돼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박찬대·윤여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 및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환호하고 있다. 2025.06.03 pangbin@newspim.com 출구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는 51.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문수 후보는 39.3%로 나타났다. 두 후보간 차이는 12.4%포인트(p)로 집계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는 7.7%로 3위에 그쳤다. 전국 시도별로 보면 대부분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가 우세했다. 이재명 후보는 서울 49.3%, 경기 55.8%, 인천 53.6% 등 수도권에서 우위를 점했다. 광주 81.7%, 전남 80.8%, 전북 79.6% 등 호남권에서도 두 후보들을 따돌리고 크게 앞섰다. '민심의 바로미터'로 평가되는 충청권도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 51.8%, 충남세종 51.3%, 충북 51.1%로 기록됐다. 제주도 이재명 후보에게 57.9% 몰렸다. 보수세가 강한 걸로 평가받는 강원과 울산도 이재명 후보로 돌아섰다. 울산은 이재명 46.5%, 김문수 44.3%로 나타났다. 강원은 이재명 48.4% 김문수 42.2%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선대위원장들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왼쪽부터 양향자, 안철수, 김용태, 나경원, 권성동. 2025.06.03 mironj19@newspim.com 김문수 후보는 대구에서 67.5%, 경북은 64%를 얻어 그나마 보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또한 부산에서도 49%, 경남에서 48.8%를 얻어 가까스로 이재명 후보를 제쳤다. 출구조사는 미리보는 개표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득표율과 당선까지 맞춰 정확성을 인정 받았다. 당시 KEP는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을 48.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7.8%를 얻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다음날 아침 최종 발표한 개표 결과에서 윤 전 대통령은 48.56%, 이 후보는 47.83%의 득표율을 보였다. 다만 출구조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와는 차이를 보였다. KEP는 해당 선거에서 범야권이 200석 안팎으로 압승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192석이었다. KEP는 격전지 18곳에서 승패를 거꾸로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현재 전국 투표율을 78.80%로 집계됐다. right@newspim.com 2025-06-03 20:31
사진
이준석 7.7%에 선대위 '침묵'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3일 대선 지상파 3사 출구 조사에서 7.7%를 기록했다. 당초 두자릿수를 기대했던 당 선거대책위원회는 다소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천하람 선대위원장은 "지방선거 준비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천 선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직후 소감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천하람 개혁신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개혁신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를 바라보고 있다. 2025.06.03 choipix16@newspim.com 그는 "이준석 후보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사표 방지 심리와 관행적 투표 심리를 뚫고 압도적 새로움과 미래를 선택해주신, 이준석 후보를 선택해주신 모든 유권자분들이 진심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준석 후보의 대선 도전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과정이었다"며 "거대 양당에 비해 돈과 조직이 압도적 열세인 상황에서 국민만 믿고 멋지게 완주했다"고 평가했다. 천 선대위원장은 "특히 이번에 유례 없이 높은 투표율은 이준석 후보의 2030 젊은 유권자 지지와 중도층의 폭넓은 지지가 국민들의 높은 투표참여로 작동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개혁신당의 구성원들은 이런 성취가 흩어지지 않도록,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도록 이준석 후보와 힘을 합쳐 지방선거 준비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상황실 내 선대위 관계자들은 두자릿수대 득표율을 예측했던 만큼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다. 출구조사 발표 직전, 손깍지를 낀 채 상기된 얼굴로 대기했던 당 지도부들은 결과가 나오자 작게 한숨을 내쉬거나 자리를 이석하기도 했다. 발표 30분 전인 오후 7시31분에는 천 선대위원장이 "다들 고생했다"며 당직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후 9시쯤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에 대한 소감을 전할 예정이다. allpass@newspim.com 2025-06-03 20:4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