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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문과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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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노숙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방은 매일 접하는 공간이다. 생활의 기본이 돌아가고 숙면을 취하기도 하는 곳이어서 생체 리듬과 직결된다. 그런 방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숱한 담론이 있을테지만 이런 썰도 가능할 것이다.
방은 천장과 바닥, 사방의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다른 방식들도 가능하다. 가령 북인도의 히말라야 산지에 있는 집시들의 방은 벽이 통나무로 얼기설기 짜맞춰 있다. 벽이라기 보단 흡사 바람 같다는 생각도 든다. 터키의 중부 카파도키아에는 히타이트인들이 살던 거주지가 남아 있는데 거대한 사암에 동굴처럼 뚫은 것이다. 천장과 바닥, 벽의 재질이 동일하며 조금씩 울퉁불퉁하다. 천장, 바닥, 벽의 구분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하나의 공간, 하나의 구멍이 거기에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무수할테지만 기본적으론 그렇다는 것이다.
모든 방의 공통점은 바깥과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람의 출입과 긴밀하게 연결된 것이 방이기에 당연하다. 문만 있는 방이 있고 문 외에도 창이 있는 방이 있다.

여닫이문이다. 좌우로 밀고 닫는 미닫이문과는 다른데 아무래도 여닫이문이 먼저일 것이다. 미닫이문엔 바닥에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좀 세련되기 때문이다. 나무에 홈을 파는 기술은 오래되었겠지만 정교성이 있어야 한다. 밀고 닫는 것이 원활해야 함은 기본이고 미닫이문의 설치나 제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문틀의 경사가 정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일 구조는 문명이 더욱 발전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여닫이문에선 경첩이나 돌쩌귀가 중요하다. 문을 문틀에 고정시킴과 동시에 회전을 시켜야 하기에 과학이 들어가야 한다. 고정과 회전. 동시에 해결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경첩이나 돌쩌귀이다. 경첩이야 세련된 물건이라고 볼 수 있지만 돌쩌귀는 단순하니 돌쩌귀를 이용하는 여닫이문이 그중 오래되었을 것이다. 선사 시대에 동굴 입구의 구멍 자체가 문의 시원이며 그 허공에 가죽 같은 것을 단 것이 그 다음이며 그후로 문의 진화가 되어왔겠지만 말이다.
문 하나로만 들어가도 끝도 없는 세계가 또 열려나간다. 손잡이와 자물쇠, 열쇠가 문에 부착된다는 정도까지만 나가자. 쓰고자 하는 것이 문에 대한 전문성이 아니라 문을 통한 사유 한 가닥이기 때문이다.
문만 있는 방에선 문이야말로 내부와 외부를 통하는 유일한 길이다. 문은 실제로는 문짝 한 개나 막 정도이지만 소통의 절대적인 통로이기에 길이라는 칭호마저 받는다. 하나의 단면일뿐인 문. 부피이긴 하지만 면적의 차원이 아니라 두께의 차원에서 보면 점이나 마찬가지인 문. 일차원인 그것이 이차원인 선분인 길로서 차원 상승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내부와 외부를 통하게 하는 사이이면서 매개체인 문. 문학이나 철학을 통해 길이니 소통, 통과니 하는 상징성을 부여받았다면 종교에선 또다른 차원의 상징성을 부여받는다.
천상의 문. 지옥의 문. 열반의 문. 이런 은유 내지 상징이 종교 일반에 곧잘 쓰인다. 그런데 종교에선 이런 문에 계단이라는 또다른 은유가 곧잘 조합된다. 일종의 겁을 주거나 권위를 드높이거나 하는 차원일 수도 있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단계라는 뜻도 가능할 것이다. 문학이나 철학에선 굳이 계단을 동원하지 않고도 문 자체가 길이 되고 의미가 되는데 반해 종교에서는 문을 한차례 더 우상화하거나 신성화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창은 하나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없어도 방은 유지되니.
그러나 인간은 결국 창을 뚫게 되어 있다.
그것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방이나 집은 동물이나 벌레도 만든다. 둥지, 고치, 굴 등등은 모두 방이자 집이다. 더우기 동물이나 벌레는 방과 집을 구분하지 않는다. 방이 곧 집이며 집이 곧 방이다. 넓게 보면 하늘과 땅이 방이자 집이나 그 자체로는 너무 위험하고 잘 곳이 있어야 하기에 방이자 집을 짓는 것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방이 곧 집인 존재들과 방과 집을 별도로 지은 존재들 간의 차이.
동물이나 벌레의 방이자 집 역시 그 자체로 자연에 대한 하나의 자기 주장이다. 둥지나 고치의 재질인 자연적인 것을 빌려 자연에 대해 작위의 선언을 하는 것이다.
그 선언은 우렁찰 수 있지만 애처롭고 측은지심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외엔 길이 없다. 죽음이므로. 어쩌다가 삶을 얻은 상태에서 유일한 길이 그것이다. 처절 내지 측은지심이 기본인 그 터전 위에서 한 생을 버둥거리며 살다가 떠나는 것이다.
그런 큰 맥락은 인간 역시 자연이자 생명체이기에 동일하지만 인간은 자연과 자아 사이에 하나의 겹으론 마땅치 않아 몇 겹의 장치를 만든다. 단계 내지 차원을 더 설치하는 것이다. 방과 집을 구분해 짓는 것도 그에 속한다.
그 구분을 하게 되면 방 이외의 많은 것들이 집에 들어오게 된다. 집은 곧 마음이라고 가정한다면 마음의 욕심에 보다 많은 것들이 채워지는 것이다.
마당. 화단. 뒤란. 토끼장. 개집. 텃밭. 세면대. 화장실. 마루. 섬돌. 건너방, 사랑방 같은 또다른 방 등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런 것들로도 성미가 차지 않아 방에 창을 뚫는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창의 존재 이유가 딱 그것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창을 만듦으로써 문만 있던 방엔 새로움이 찾아온다. 하늘이 활짝 보이고 밤엔 달이나 별을 볼 수 있다. 물론 문을 통해서도 볼 수 있지만 보다 가시적이다. 유리창을 통해 달빛이나 별빛이 스며들어와 방을 서정적으로 만든다.
창이 있는 방에서의 사랑이나 섹스는 문만 있는 방에서의 그것들보다 부드럽고 감미롭고 환상적일 것이다.
창이 있으므로 굳이 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바깥의 풍경을 볼 수 있다. 감나무에 맺힌 감을 볼 수 있고 멀리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는 친구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을 부를 수도 있고 그들이 이편을 부르기도 한다. 새벽이면 먼 산에서 여명이 트는 것을 볼 수도 있다.
바깥의 소리 역시 잘 들린다. 새소리. 동네 꼬마들 떠드는 소리. 옆집 싸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
문만 있는 방은 창도 있는 방에 비해 고립감이 심할 것이다. 명상이든 기도든 이런 내적인 취미나 심법이 강한 사람이면 더 좋아할 수도 있다.
들어온 문마저 잠궈버리는 사람도 있고 코르크 마개로 방음을 해 바깥과 차단된 상태에서 작품을 쓴 프루스트라는 기인도 있다.
창의 존재는 그보단 보편적이라 할 수 있는데 창 역시 문이 길이라는 차원 상승의 의미를 받은 것처럼 뛰어난 상징을 받는다.
문이 수평적인 소통이라고 한다면 창은 수직적인 소통과 통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종교에서의 문은 수직에 가깝기 때문이다.
문이 땅을 통해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라면 창은 하늘을 통해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방에 문이 필수이기에 동물이나 벌레도 문을 만드는 셈이다. 인간 역시 문을 만듦과 동시에 그 물리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은유나 상징을 빚어냈다. 방 뿐 아니라 집이라는 더 넓은 공간을 만듦으로서 풍요함을 이루었다. 또한 방엔 창을 냄과 동시에 문에 담긴 은유와 상징과는 또다른 차원의 은유와 상징을 빚어나간다.
문과 창. 그것을 담는 방. 그리고 집. 그런 것이 없거나 그것의 초짜에 살던 때도 인간은 은유와 상징이 없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언어를 만들어 썼으므로. 언어 자체가 일단은 은유나 상징일 수 있기에.
문과 창을 통해 그것들은 더욱 멋진 날개를 달아나간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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