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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 카르텔' 무너지나...'죄수의 딜레마' 빠진 구속 미결수

기사입력 : 2017년01월24일 13:53

최종수정 : 2017년01월24일 14:51

'블랙리스트' 구속 미결수 6명 중 4명 '자백'
'모르쇠 카르텔' 균열 생기고 점차 붕괴
법조계 "구속 직전·후 심적으로 가장 약해"

[뉴스핌=김범준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발(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벌써 6명이 구속됐다.

그동안 블랙리스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관련자들은 구속영장 청구 직전 혹은 구속된 직후 서서히 입장을 바꾸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사람은 대개 구속 직전과 직후에 심적으로 가장 약해져 있다고 보는 게 법조계 입장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서로 어떤 진술을 하는지 알 수 없게 같은 날 동시 소환하는 등 '죄수의 딜레마'를 적절히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란 경제학의 '게임이론'에서 등장하는 고전적 사례로, 공모 관계에 있고 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이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결국 모두 자백하게 된다는 상황이다.

범죄를 계속 부인하다가 상대방이 자백함에 따라 더욱 무거운 형량을 홀로 떠안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차라리 형량이 가벼운 자백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구속 미결수용자들. (왼쪽부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뉴시스>

블랙리스트에 대해 부인하고 함구하던 견고한 아성의 '모르쇠 카르텔'도 '죄수의 딜레마' 상황 앞에서 점차 무너져갔다. 조윤선(51·구속수감) 전 문체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국조특위 결산(7차) 청문회에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의 집요한 추궁에 흔들렸고, 결국 "특정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정치적 성향과 이념에 따라서 예술가들을 지원에서 배제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블랙리스트 존재를 인정했다.

이어 지난 17일 특검의 소환 조사에서 당시 구속 전이던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에 관한) 모든 것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였다"고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모르쇠 카르텔'은 더욱 균열이 갔다. 조 전 장관은 자백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기춘(78·구속수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정무수석 '비망록'에서 발견된 블랙리스트 관련 각종 정황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 "모릅니다",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등 일체 확고하게 부인해 왔다.

그러나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전 실장 역시 지난 20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좌파 예술인이나 단체에 대해 정부 지원을 줄이는 일은 문체부 장관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불법인 줄은 몰랐다"며 결국 블랙리스트에 대해 시인했다.

구속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지난 22일 특검에서 8시간, 10시간 각각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이 둘은 오늘 24일 오전 10시30분과 오후 2시30분에 각각 또 한 차례 소환됐다.

특검은 이들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거나 관여했는지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필요하다면 (관련자들을) 대질신문 할 수도 있다"며 강한 수사의지를 내비췄다.

관련자들의 자백은 계속 이어졌다. 특검은 김종덕(60·구속기소) 전 문체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관련해 대통령께 현안보고를 주기적으로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종(56·구속기소) 전 문체부 2차관 역시 "지난 2013년 10월경 김 전 실장으로부터 '대통령께서 체육계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체육계는 내가 직접 챙길테니 장관을 통하지 말고 나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문체부 장관은 청와대와 마찰을 빚고 경질된 유진룡 전 장관이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폭로한 인물이기도 하다.

유 전 장관은 23일 오후 특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취재진 앞에서 "김기춘 씨가 취임한 이후로 그런 일(블랙리스트 작성)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며 "(김 전 실장은) 저를 비롯한 문체부 직원들에게 '너희는 생각하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한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며 공공연하게 블랙리스트 관련 행위를 여러 번 지시하고 적용을 강요를 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참고인 진술을 마치고 이날 저녁 귀가한 유 장 관은 "(대통령이) 들은 걸 기억할 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께 블랙리스트에 대해 정확하게 항의했다"며 박근혜 대통령 역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처음에는 차별과 배제행위로 존재했던 게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명단의 첫 번째 버전이 출몰했다"며 "명단은 다양한 방법과 여러가지 버전으로 진화하면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관리됐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유 전 장관, 김 전 장관, 김 전 차관의 진술은 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블랙리스트에 대해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고 말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의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장시호가 제출한 태블릿PC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블랙리스트 외에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딜레마에 빠진 '죄수'들의 자백과 협조가 잇따르고 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38) 씨는 본인에 적용된 혐의 중 '사기'만 제외하고 모두 자백했다. 또 최씨의 '제2 태블릿PC'를 특검에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등 태도를 아예 바꿔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평이다.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역시 수사 과정에서 "모든 건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실토한 바 있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의 최순실·안종범에 대한 6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증거로 채택하자, 안 수석은 직접 "(수첩에 대해) 숨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처음 검찰에 소환될 당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묵비권을 행사할 생각이었지만, 이 사건은 역사 앞에 서는 재판이라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을 바꿔서 사실대로 말하고 있다"고 자백했다.

정호성(48·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앞선 재판에서 일찌감치 본인에 대한 업무상 기밀누설 등 각종 혐의를 모두 자백했으며, 지난 19일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본인과 박 대통령 둘 다 '차명 휴대전화(대포폰)'를 사용했다"고도 실토했다.

한편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구심점 최순실(61·구속기소) 씨는 현재까지 본인에 대한 모든 혐의와 각종 증거 및 증언을 일체 부인하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왼쪽)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 <뉴스핌DB>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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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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